999명의 사람을 죽인 무뇌

어느 나라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부자의 부부는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아들을 무뇌라 이름 지었다. 무뇌는 다름 사람보다 힘이 무척 셌다. 그는 장성하자 혼자서 천명을 대적할 정도로 장사가 됐다.

그는 머리도 총명해 세상의 많은 학문을 알고 싶어 했다. 무뇌의 아버지는 한 선비를 찾아가 무뇌를 교육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무뇌는 그 이후 선비네 집에 드나들며 학문을 익혔다.

그때 스승의 아내는 무뇌를 남몰래 흠모하고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은 중요한 일로 집을 며칠 비워야 했다. 선비는 혼자있을 아내가 걱정돼 말했다.
“내가 집을 며칠 비우는 동안 혼자서 잘 지낼 수 있겠소?”
“제가 그리 걱정되신다면 힘이 센 사람에게 집을 돌봐달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선비는 그 말을 듣고 무뇌에게 집안일을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출타하고 무뇌와 집에 단둘이 있을 생각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녀는 꽃단장을 하고 무뇌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부디 제 마음을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목숨을 끊을지언정, 스승님의 아내를 탐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무뇌가 자신의 고백을 거절하자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남편이 출타했다 돌아올 때가 되자, 계략을 꾸몄다. 자신의 옷을 모두 찢고 얼굴을 할퀴어 상처를 냈다. 그리고 초췌한 얼굴로 방에 누워 있었다. 집에 돌아온 스승은 아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당신 몰골이 이렇단 말이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신이 떠난 뒤, 무뇌가 저를 겁탈했습니다. 제가 끝까지 반항하자 저를 때리고 헤치려 했습니다.”

스승은 몹시 화를 냈다. 얼마 후 스승은 무뇌를 불렀다.
“내 대신 집안을 돌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내가 밖에서 들은 얘기가 있는데, 내 말을 따르면 너는 훗날 범천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 입니까 스승님.”
“천명의 사람 머리를 베고, 그 사람들 손가락 하나씩을 잘라 목걸이를 만들면 범천왕이 내려와 너를 하늘로 데려갈 것이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어찌 살생을 하고 하늘에서 태어난단 말입니까?”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앞으로 나에게 배움을 구하지 말거라.”

스승은 이렇게 말한 뒤, 몰래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무뇌도 모르게 악한 마음이 생겼다. 무뇌는 스승이 준 칼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간 뒤,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 그는 999개의 손가락을 얻게 됐다. 이 소문이 온 나라에 퍼지자,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뇌의 어머니 역시 소문을 듣고 무뇌를 걱정했다. 어머니는 무뇌를 타이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때 무뇌는 어머니를 발견하자 바로 달려들어 죽이려 했다.

“어머니만 죽이면 손가락 천 개를 채울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본 부처님이 무뇌 앞에 나타나 말했다.
“너는 지금 삿된 가르침 탓에 끝없는 죄를 짓고 있구나. 지금 당장 칼을 버리고 나와 함께 가자꾸나.”
이 말을 들은 무뇌는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면서 정신을 차렸다. 무뇌는 자신이 벌인 일에 깜짝 놀라 스스로를 꾸짖었다. 그리곤 바로 그 자리에서 출가했다. 무뇌는 출가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하지만 나라에는 이미 무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임산부와 동물들이 출산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때 한 코끼리가 숲 속에서 새끼를 낳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지금 저 코끼리에게 가서 ‘나는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거라.” “저는 수없는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어찌 그런 거짓말을 합니까.” “너는 새로운 법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무뇌가 코끼리에게 다가가 ‘나는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자, 코끼리는 그 자리에서 새끼를 낳았다. 이후 나라에는 많은 아이와 짐승들이 태어났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