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들에게 ‘실행력’ 귀감 되길

보현보살 코끼리 타고 등장
세상에 회향하는 모습 보여줘

가장 불교적인 동물을 하나 꼽으라면 당연히 코끼리를 일순위로 뽑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마야부인으로 태어나기 전에 상아(象牙)가 여섯이나 되는 코끼리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하며 수많은 경전에서 코끼리의 덕을 칭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범천의 세계창조 때 범천이 주문을 외어 만들어 냈다고 한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천사나 새들처럼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코끼리들이 하늘을 날다가 2만년이 넘은 커다란 고목의 가지를 부러뜨렸는데 그 밑에서 공부하던 신선(神仙)의 제자들이 몇 명 그 나뭇가지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그러자 노한 신선은 신들에게 요청해서 코끼리의 날개를 없애버리도록 하였다고 한다.
불교의 수호신들 중에 환희천이라는 신은 시바신과 파르파티여신 사이에서 첫 번째로 태어난 가네샤라는 코끼리 머리를 지닌 신이다. 자신의 위력으로 불자들에게 오는 피해를 없애기도 하고 지혜의 신으로 불리우며 재화(財貨)와 화합(和合)을 담당하는 신이다.


대승불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세 분의 보살들은 모두 전용으로 사용하는 자가용이 있다. 지혜의 대명사인 문수보살은 항상 그 설화를 보면 사자개를 데리고 다니거나 타고 다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바다의 신인 관세음보살은 동양삼국에서 가장 오래된 낙산사에서도 해수관음의 모습으로 나투셨는데, 동해바다의 용왕인 교룡(蛟龍)을 타고 다니시는 모습으로 많이 나타나신다. 용의 머리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시는 기룡관음의 모습을 그린 탱화들이 상당수 있다.


보현보살은 문수보살과 더불어 일체 보살의 으뜸이 되어 언제나 여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돕고 널리 선양한다. 그 형상은 여러 가지로 묘사되지만 특히 유명한 두 가지 형상은 흰 코끼리를 탄 모습과 연화대에 앉은 모습이 많은데, 연화대의 좌정모습은 주로 진언밀교계통에서 많이 사용했다. 화엄경에 의하면 보현보살은 일찍이 비로자나불 아래서 보살행을 닦은 보살들의 대표로 구도자들에게 법계를 보여주는 사실상의 화엄경 설교자이다.


보현보살은 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에 근거해서 중생을 이익케하는 10가지 원을 세워 그를 수행하는 것을 의무로 삼고 있다. ▷모든 부처님께 예배·공양하고 ▷모든 부처님을 우러러 찬탄하고 ▷모든 부처님을 널리 공양하며 ▷스스로의 업장을 참회하고 ▷남의 공덕을 따라서 기뻐하며 ▷부처님이 설법해 주기를 청하고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기를 청하고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고 ▷항상 중생들에게 순응하며 ▷두루 모든 것을 가지고 회향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현보살은 왜 코끼리를 타고 다닐까? 코끼리는 지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가장 큰 동물로서 모든 중생들에게 실행력(實行力)의 귀감(龜鑑)이 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자의 왕도 코끼리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용상의 대덕을 지닌 훌륭한 스님들이 한국 불교를 잘 이끄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무기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코끼리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곳엔 여우가 자취를 감추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깊어가는 밤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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