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세상보기-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진화론 퇴치 첫 성과, 고교 교과서에 ‘시조새’ 사라진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기독교계 언론인 국민일보 1월 4일 자에 올라온 적이 있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가 작년 12월 5일에 “과학자 131인의 서명을 받아 시조새에 관한 기술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청원”한 것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출판사들에 답변을 요청하고 반 이상의 출판사가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하겠다는 답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진화론 삭제” 논란이 가열된 것은 5월 17일자 서울신문에 “게으른 생물교과서, 진화론 개정 공격받다”라는 기사가 실리면서다. 교진추가 시조새 삭제 성공에 힘입어 3월 말에 다시 제출한 “말의 진화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교과부와 일부 출판사에 의해 다시 수용된 것이 발단이었다. 이번에는 “187명의 과학자가 서명”했다고 한다.

결국 6월 5일에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에 “한국이 창조론의 요구에 항복했다”라는 기사가 실리며 한국은 세계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한국 과학계는 반응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국 과학자 86%가 교과서 진화론 삭제에 반대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교과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시·도 교육감의 교과서 수정·보완 시한인 9월 말 이전에 학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키로 했다. “교과부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종교관련 단체가 아니라 학계 의견인 줄 알았다. 교과부가 출판사에 떠넘길 게 아니라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구했어야 한다.”라고 한 출판사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면 진화론 삭제 청원을 낸 ‘과학자’들은 누구인가?
교진추는‘한국창조과학회의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가 통합되어 2009년에 설립된 단체이다.

한국창조과학회는 보수 개신교계의 지원을 받아 교과서에 기독교 창조관을 싣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했다. 이제 MB 정권 말기에 그들의 30년 노력이 결실을 보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소위 말하는 창조과학회 초대 회장(한동대 총장 김영길)을 비롯해 많은 회원들이 우리나라 최고 과학교육연구기관 중 하나인 한국과학기술원 (KAIST) 교수 출신이고 KAIST내에 창조과학 전시관이 설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길 총장은 ‘과학교육에 새로운 지평을 열은 공로’로 KAIST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까지 한다.
이러한 사이비과학에 대해 과학계는 더욱 적극 대응해야 한다. 시조새에 관한 수십 년 전 이론이 실려 있는 교과서를 방치해 공격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도 너무 느렸다. 외국의 과학지에 한국의 과학정서에 대한 우려가 표명된 이후에야 반응을 하는 무책임성은 그들이 한국과학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전혀 느끼지 못 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물리학연구소가 없는 유일한 국가임을 과학기술자들은 알고 있다. 그들은 또 과학교과서의 내용을 바꾸는 데는 교과부 담당자들의 관료주의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패배주의에 빠져 관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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