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상인을 살린 늑나사야

삽화=강병호

어느 나라에 늑나사야라는 상인이 있었다. 그는 나라에서 제일가는 큰 상인이었다. 어느 날 늑나사야는 숲에 들러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이렇게 슬피 울고 있는 거지?”
늑나사야는 울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어떤 사람이 나무에 밧줄을 묶고 목을 매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늑나사야는 깜짝 놀라 뛰어갔다.

“자네는 왜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 사람의 몸을 얻고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시오?”
“당신이 무슨 상관입니까? 그냥 지나가던 길을 가십시오.”
“누구나 힘든 일을 겪게 되면 죽음을 선택하게 되오. 그렇다고 목숨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않소.”

늑나사야는 계속해서 그 사람을 타일렀다.
“저는 빚을 너무 많이 졌습니다. 살면서 돈을 갚아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매일 같이 빚쟁이들이 저를 찾아와 괴롭힙니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괴로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을 떠나려는 것이니 상관 마십시오.”

늑나사야가 말했다.
“지금 바로 나무에서 내려오면 그대가 진 빚을 내가 다 갚아주겠소.”
그는 늑나사야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늑나사야의 말이 진심임을 깨닫고 나무에서 내려왔다.
“정말 제 빚을 다 갚아주시겠단 말입니까?”

늑나사야는 그와 함께 빚쟁이들을 찾아갔다. 그리곤 그의 빚을 일일이 다 갚아주었다. 마을에 이 사실이 금방 퍼져나갔다. 나머지 빚쟁이들도 늑나사야를 찾아와 자신이 빌려준 돈을 받아갔다. 늑나사야의 재물은 빚을 갚아주다 점점 떨어져 갔다. 하지만 빚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늑나사야의 부인과 자식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구걸을 다녀야 했다. 가족들은 늑나사야를 몹시 원망했다.

“저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의 빚을 갚아주다가 자식들이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당신은 미쳤습니다. 어째서 재물을 그 사람을 위해 다 탕진한단 말입니까?”
그때 어떤 상인들이 늑나사야를 찾아왔다. 그들은 늑나사야에게 제안했다.
“제가 보물이 있는 곳을 알고 싶습니다. 저희와 함께 보물을 찾으러 가시겠습니까?”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할 텐데, 저에게는 배를 살 돈이 없습니다. 어떻게 가시려고 합니까?”
“현재 500명의 사람들이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모두 돈을 합하면 배를 장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늑나사야는 상인들의 제안에 승낙했다. 늑나사야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대들도 나를 따라 보물을 찾으러 가겠는가?”
그때 5명의 상인들이 늑나사야의 말에 승낙하며 보물을 찾기 위해 따라나섰다. 늑나사야와 500명의 상인들은 모두 3000냥의 돈을 모았다. 1000냥은 배를 구입하고, 1000냥은 양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머지 1000냥은 배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얼마 후, 출항할 준비를 마친 이들은 보물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항해를 한지 며칠이 지나 폭풍이 불어 닥쳤다. 매서운 파도는 금방이라도 배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결국 배는 난파당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때 늑나사야를 따라온 5명의 상인이 말했다.
“우리는 당신을 믿고 이 배에 탔습니다. 제발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늑나사야가 말했다.
“큰 바다는 시체를 바다에 묵히지 않는다고 들었소. 나를 붙잡으시오. 내 몸을 바다에 보시하고 당신들을 구제해 주겠소.”

늑나사야는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그가 죽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바다는 다시 고요해졌다. 5명의 상인들은 무사히 육지에 도착하게 됐다. 죽음의 고비에서 큰 자비심을 낸  늑나사야는 시간이 많이 흘러 부처로 태어났다. 또한 늑나사야가 살린 5명의 사람들은 번뇌의 큰 바다를 건너 바른 법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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