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의 기초 교리 〈11〉ㅣ 팔정도-③정어(正語)

언어 능력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이다. 이 복잡하고 섬세한 체계의 언어 기능덕분에 인류는 현재와 같은 고도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의사소통수단인 언어를 통해 정보를 전파하고, 서로 교섭하며 많은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종교와 철학은 물론이고, 첨단 과학이라 한들 언어라는 수단이 없었다면 결코 형성되지도 않았고, 전해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즉 인간의 정신적 행위는 언어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교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언어를 초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결국은 ‘부처님의 말씀’이라는 언어의 세계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언어의 기능이 부처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전하는 것처럼 좋은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남을 해하기 위한 거짓말과 망령된 삿된 말 역시 언어의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봐도 서로의 말 때문에 분쟁을 겪게 되고,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 순간은 셀 수 없이 많다. 굳이 역사까지 들출 필요 없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살아가면서 말로 인한 오해 때문에 곤란한 처지를 당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의도적으로 악한 마음을 품고 거짓된 말을 하는 사기꾼이나 위선자를 접할 때도 있다.

팔정도의 세 번째 항목인 정어(正語)는 이러한 언어의 나쁜 기능을 통제하고 끊어버리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말은 결국 생각에서 나오게 된다. 따라서 올바른 언어생활에는 반드시 올바른 생각이 바탕이 돼야한다. 그래서 정사유(正思惟) 뒤에 정어가 놓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그릇된 행위를 크게 열 가지로 나누어 십악(十惡)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열 가지는 살생(殺生)ㆍ투도(偸盜)ㆍ사음(邪淫)ㆍ망어(妄語)ㆍ기어(綺語)ㆍ악구(惡口)ㆍ양설(兩舌)ㆍ간탐(奸貪)ㆍ탐심(貪心)ㆍ진심(瞋心)ㆍ치심(癡心)인데, 이 중 망어ㆍ기어ㆍ양설ㆍ악구의 네 가지가 말과 관련된 악업이다. 바른 것을 말한다는 뜻의 정어는 바로 이 네 가지 구업(口業)을 짓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망어는 의도적으로 하는 나쁜 거짓말을 뜻하고, 기어는 겉만 좋아 보이고 실속 없이 자신과 타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말을 의미하며, 양설은 타인끼리 사이좋은 것을 보고 질투해 이간질 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양설을 ‘이간질’의 ‘이간’을 써서 이간어(離間語)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악구는 사람을 매도하고 흉보고 나쁘게 말하는 것으로 남을 성나게 하는 악담도 악구에 해당한다. 이러한 나쁜 언어행위는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도(佛道)를 닦는 수행에도 방해가 되는 장애 중 하나이다.

이상의 네 가지 잘못된 언어적 행위를 벗어나 진실을 말하고, 자애심으로 바르게 칭찬하고 격려하며, 중재화협을 위해 노력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말만을 하는 것이 정어이다.

정어는 좋은 의도가 있는 바른 생각, 즉 정사유로부터 생긴다. 또 정어는 바른 언어행위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행위를 유지하려는 습관을 붙이는 것도 포함된다. 이것은 계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행위와 같다. 불교에서 수행자가 반드시 닦아야 하는 세 가지 항목 계(戒)ㆍ정(定)ㆍ혜(慧) 삼학(三學) 중, 정어를 계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는 바른 습관을 붙이는 반복훈련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관이 모여서 성격이 형성되고, 습관과 성격은 일상생활에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순간 모든 곳이 수행처라고 했다. (885호 4월 25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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