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무상한 걸 알아야 각오가 뚜렷해져요

▲ 삽화 최주현

 (지난 호에 이어서)
질문자1(남): 그런데 마음의 공부, 저는 여기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여러분한테 물어봤는데 아직까지 제 가슴에 닿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더 설명을 듣고 싶어서….
큰스님: 그러면 열심히 모든 것을 내 앞에 닥치는 대로, 아까 얘기했죠. 불바퀴에 맡겨놓으면은 부서지고 타고 시신도 없어진다고요. 그러니깐 과거의 업보라든가 유전성이라든가, 영계성이라든가 인과성이라든가 그런 게 무조건 바로 타버린다고요. 녹아 없어진다고요. 그러니 열심히 하십시오.
질문자1(남): 불바퀴라는 것이 마음을 뜻하는 겁니까? 아직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큰스님: 그건 스스로서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질문자1(남): 예. 감사합니다.
큰스님: 한 걸음 한 걸음, 국민학교 학생이 대학교를 가려면 안 되니까 열심히 하시면은 알게 되겠죠. 우선에 모든 것은 자기 한마음 주인공을 믿고 거기에 들고 나는 모든 것은 거기라고 믿고 거기에 맡기고 사십시오.
어떻게 해야 공부를, 마음의 공부를 잘 하는 건지 아시는 분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없습니까? 허허허. 그래요. 항상 하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하느냐고. 그런데 여러분은요, 여러분이 있는 줄 알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공(空)해서 아니, 누누이 얘기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내가 내가 아니라고요. 아버지가 됐다가 남편이 됐다가, 형님이 됐다가 아들이 됐다가 사위가 됐다가 온통, 그러고 또 그것뿐입니까?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이 맘 가졌다가 저 맘 가졌다가 그러니 어떤 거 할 때 여러분이라고 할 수 없으니 공해서 여러분은 공한, 한 물건입니다. 그 물건이 너무도 많이 하기 때문에 그게 어떤 놈이겠습니까? 다, 한 놈이지. 한 놈이란다고 또 절 욕하지 마십시오. 하다보니깐 그렇게 됩니다. 그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하는데, 그러니 이것부터 알아야 하나로 돌아가는 걸 알죠. 네? 여러분이 모두 하나로 돌아가는 거 무(無)와 유(有), 이 세상만사가 하나로 돌아가는 거부터 알아야, 그거부터 알아야 그 하나마저도 없는 도리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그저 누구 말마따나 모아모아 닥치는 대로 이놈이 (가슴을 짚어 보이시며) 하는 거니까 이놈이 해결할 수 있고, 이놈이 하는 거니까 이놈이 성사를 시킬 수도 있고, 이놈이 하는 거니까 이놈이 우울한 것도 우울치 않게 할 수도 있고, 즐겁게도 할 수 있고, 아주 비관을 사게도 할 수 있는 이놈이 바로 그놈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열심히 이 공부를 해서 뭐, 누구 주는 게 아니니까, 여러분이 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라와 국민 아니, 세계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반의 중생들, 그런 사람들을 다 건질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실천을, 궁행을 할 수 있는 여러분이 돼야만이 나도 좋고 싱긋이 웃을 수 있고, 여러분도 좋고 싱긋이 웃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도리를 통달한 분이 한 번 웃는데, 이 우주법계가 다 웃는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나한테 질문할 게 없습니까? 만약에 이 대답을 한 번 하면 내 상을 주죠, 또. 우리 스님네들은 말고요. 과거가 현실이고 현실이 과거라면 어떤 게 옳겠습니까? (부축을 받으면서 나오고 있는 여신도를 보시며) 상 받으려고 애를 쓰네. 허허허. (대중 웃음)

신도3(여): 스님, 저는 대구 사는데요. 스님, 그 질문하신 그것은 현재 아닙니까? 현재. 그런데 스님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으시겠죠. 제가 사고가 났습니다, 교통사고. 87년 7월 15일날, 교통사고 났거든요. 그래서 제 말이 그렇습니다. 스님, 이해하세요. 스님이 질문하신 그 대답은 현재 아닙니까?
큰스님: 현실이라고?
신도3(여): 네.
큰스님: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이시고) 그렇게, 그렇게 물질세계에서 우리가 상상해서 지금 현재 돌아가는 걸 보고 말하는 건 아는 게 아닐세.
그전에는 땅 속에 씨를 뿌려서 자라게 했고 싹이 나오도록 10년, 20년, 30년 이렇게 해나왔는데, 인제는 좀더 거름도 줘야겠고 좀 북도 돋아줘야겠고, 이러니까 하나하나가 인제 이렇게 나오기 시작을 하는데 여러분이 그릇이 커져야 나도 그릇이 커질 거 아닙니까? 여러분이 작으면 나도 작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죠. 만약에 건방지게, 요만한 (물컵을 들어 보이시고) 그릇에다가 한 드럼통을 붓는다 해봤던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이 요 종지라면 나도 종지일 수밖에.
공부들 열심히 해서, 지금 현재의 가정을 열심히 이끌어가고, 조화를 이루고 화목을 도모해서, 항상 마음을 부드럽게 가지고 부드럽게 말해줄 수 있고, 모든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내 탓으로 돌리고 남을 원망하지 말고, 앞으로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만 해나갈 수 있다면 큰 대지를 얻을 수가 있어요. 그 반면에 모든 산천초목을 다 근본으로 마음에 두고 양식삼아 정말이지 여러분은 대성공을 할 수 있는 그런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젊은 분들이라고 해서, 이 속에서 이런 게 나온다고 해서 ‘아하, 이거 이렇게 나오는 거는 내 주인공이 이렇게 나오게 하는 거니까.’ 굳이 이런 말을 안 해도 아시겠죠.

예전에 어느 스님이 팥죽을 쑤다가 팥죽이 부글부글 끓으니까 그거를 주걱으로다가 “요놈도 문수! 요놈도 문수! 요놈도 문수!” 그러고 주걱으로 쳤답니다. 그랬듯이 여러분은 이 속에 지금 악업 선업이 잔뜩 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울 지어서 악업 선업이 속에서 들입다 나오는 거는 어떤 사람 어떤 솥에서 방울방울 지어서 나오는 것입니까? 여러분 팥죽 솥에서 팥죽이 끓는 소리죠. 그러니 그것도 그 사람이 한 거고 그것도 그 사람이 한 거고, 그 팥죽 하나하나 방울방울 올라오는 거 이런 거 치미는 거, 보고 듣고 비위 상하는 거, 나라를 원망하고 또 시대를 원망하고, 내 가정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고 온통 친구를 원망하고, 이렇게 하다보면 이것은 바로 넝마밖에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갈갈이 찢어진 넝마.
그러니 모든 것을 거기다가 맡겨놓고 ‘네놈이 이끌고가는 거니까, 내가 속에서 불화가 일어나도 바로 네놈이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니까.’ 하고 거기에 맡겨놓을 때 비로소 행복감이 젖어드는 것입니다. 그러고 큰 인물이 돼서 나중에는 수천 수만을 이끌고간다 하더라도 한 명, 자기 발로, 즉 말하자면 이런 거 있죠. 수천 명을 끌고간다 하더라도 하나도 걸림 없이 끌고갈 수 있다. 돈벌레가 다리가 그렇게 많아도 하나도 거침없이 끌고갈 수 있다 이런 소리나 똑같습니다. 그게 내 발이니까. 내 마음이요 내 발이요, 바로 내 마음내는 것이니 그대로 둥글게 모가 안 나고 여여하게 그 돈벌레가 다리가 그렇게 많아도 그 어디 걸리지 않고 가듯이….

이 마음이라는 건 바로 실체가 아니어서 큰가 하면은 작고, 작은가 하면 큽니다. 여러분 사계절도 사계절 나름입니다. 보세요, 가을이 돼서 장마가 크게 드는 때도 있고 적게 드는 때도 있고, 사람이 많이 피해 보는 때도 있고 적게 피해를 보는 때도 있습니다. 이게 고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을도 가을 나름이요, 봄도 봄 나름이요, 겨울도 겨울 나름이다 이겁니다. 여름도 여름 나름이고. 그러니 여러분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여러분이 마음으로 지어서 업보를 만들고 유전을 만들고 인과를 만들고, 그저 이 세균도 업신여기고 저런 지렁이도 업신여기고. 여러분 뱃속에는 지렁이도 있고 전부 있습니다. 여러분 뱃속에 없는 게 없이 모습도 아주 다양하게 가지고 있으나, 그놈들이 소임을 맡아가지고 운행을 해주기 때문에 여러분은 지금 아주 떳떳하게 이렇게 사랑하고 뭐 하고 뭐 하고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업신여기겠습니까? 여러분이 저 벌레를 보면 아주 징그럽다고 하죠. 나도 그랬습니다. 지금도 모습은 그렇겠죠. 그러나 마음이야 어찌 둘이겠습니까?

 

구름이 한데 모였다가 흩어져서
딴 구름하고 또 다시 모이듯이
인간도 사대로 흩어져서 바람으로
물로 불로 흙으로, 이렇게 흩어져서
원점으로 도로 돌아갔다가 다시 부모의
뼈와 살을 받아서 몸을 받아서 몸을 받되
그것이 한데 모여서 거기 가서 다시 또
태어나서 인간으로 성장이 돼요

그러고 또 이런 게 있죠. 마음이 착하고 어질고 참 욕심 없는 사람이 돈을 왕창 벌었을 땐 남하고 같이 나눠 쓰지만, 마음이 강하고 아주 욕심 많고 그냥 못된 사람이 돈을 왕창 벌면 그거는 허튼 데다 쓰는 겁니다. 나쁜 짓만 하죠. 그러듯이 우리 인간만 그런 게 아니라 저 짐승들도 모두 그렇죠. 그래서 독 있는 풀이 이슬을 맞으면 그 이슬은 아주 참 감로수와 같은 물인데 그 독풀이 빨아들이면 독이 돼버리고 말아요. 그런데 약풀이 마시면 약이 된다 이거야, 사람을 살리는. 응? 이러니 누구 탓입니까, 이게 다? 다 여러분 탓이지. 이 모두가 여러분이 사람 업신여기지 말고 항상 가정에서도 배신을 당했다 하더라도 아들이 공부를 잘 못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내탓으로 돌리라는 애깁니다.
지금 여기 선원에는 정신이 좀 잘못된 이러한 분들도 많고 백혈병이니 또는 골수암이니 또는 무슨 암이니 속앓이니, 뭐 별 병이 다, 병원에서 못 고치는 병들을 다 가지고 여기 재료로 삼아서 옵니다. 그러나 그게 재료지 여기에 의사가 있어서 병 고쳐주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재료로 삼아서 거기서 나온 거니까 거기다가 맡기고 거기서 해결해야지 누가 해결을 합니까? 몸속에도 중생들이 소임을 맡아가지고 다 하고 있는데 모든 자기입니다, 자기. 음? 여러분 몸속에 있는 그 하나하나의 세균이 여러분이 아니고 딴 분입니까? 그러니까 각각 다 소임을 맡아가지고 하는데 거기서 파업을 일으켜서 잘못한 거라면 거기서 가라앉히고 거기서 낫게 해야죠. 안 그럴까요? 그래서 70% 정도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그전부터 말을 하지만 여러분, 잘 생각하십시오. 우리가 몸이 피곤하고 병이 들면은 인간이 허무하고 정말이지 살 맛이 안 나고 죽고만 싶고 허망하기만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허망한 게 아닙니다. 이 세상만사가 무상(無常)한 것을 알면서 도리어 이가 앙다물어지면서 나는 이 도리를 알아야겠다는 그 각오가 뚜렷하게 섭니다, 오히려. 언젠가는 아파서, 언젠가는 사대(四大)가 흩어져서 허망한 게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갈 때 한데 모였다가, 구름이 한데 모였다가 흩어져서 딴 구름하고 또 다시 모이듯이, 인간도 사대로 흩어져서 바람으로 물로 불로 흙으로, 이렇게 흩어져서 원점으로 도로 돌아갔다가 다시 부모의 뼈와 살을 받아서 몸을 받되 그것이 한데 모여서 거기 가서 다시 또 태어나서 인간으로 성장이 되니깐요.

인간뿐만 아니라 마음을 잘못 썼다 하면 소로도 태어나고, 독사로도 태어날 수 있고, 개로도 태어날 수 있고, 만약에 마음을 잘 썼다면 사람으로 태어나되 장관으로도 태어날 수 있고 대통령으로도 태어날 수 있고, 이 세상을 다 누빌 수 있는 그런 통달한 성인이, 성자가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거 정말 여러분의 마음에 달린 겁니다. 그러니 그 마음 마음, 그 마음이 천차만별의 이 모든 살림살이들을 들고 내는데 그놈이 하는 거로구나 하고 믿고 거기에 맡겨놓고 좀더 한 걸음 뛰어넘을 수 있는, 도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러한 여분을 가지고 지혜를 가지고 좀더 이끌어보십시오. 그럼 오늘 질문도 안 하시고 그러니까 난 오늘 이것으로써 마치겠습니다.

늙으면 이 몸뚱이는 쇠약해지죠. 저 나무도 늙어서 고목이 되면은 껍데기가 흐치흐치해지고 진물이 나고 그래요. 사실은 제가 채공도 해보고 공양주도 해보고 또는 불목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했습니다. 안 해본 것 없이 그렇게 어려서부터 했죠. 물지게를 안 졌나, 물지게 지는 건 그냥 한 번 이렇게 지는 게 아닙니다. 일전을 가지고 가면 오푼에 한 통씩이니까 그 일전을 가지고 가면은 한 지게죠. 한 지게를 받기 위해서 줄을 서서 그걸 받아서 지고 와야만 했습니다. 지금처럼 샤쓰가 있고 신발이 올바른 게 있었다면은 고생도 덜했을 텐데, 그런 거를 사서 떨고 섰다가 그거를 지고 오면은 지고 오는 대로 엎질러지면 그 귀한 물을 엎질렀다 이거죠. 신발은 반짝짜리 ‘게다’를 끌어야 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너무 내 인생을, 그렇게 채찍들이 가차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럴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한 줄 아십니까? 하나도 누구 원망을 안 했습니다. 단 “엄마!” 이렇게 부를 거를, 이 속으로 “아빠!” 그러고는 아빠 한마디 목이 메어서 불러놓고는 우는 거죠, 뭐. 어쩌겠습니까? 그 나이에. 아홉 살부터 말입니다. 세상을 그렇게 하다보니까 불쌍한 사람도 나 같은 사람도 어떡하면, 어떡하면 있는 사람 거를 훔쳐다가, 허허허, 그 고생하는 사람한테 몰래 밤중에 갖다가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굶고 부황이 났을 때 이거를 훔쳐다 주어서 거기다가 갖다가 놓으면, 그거를 아침에 보면은 얼마나 좋아할까? 이런 생각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엉뚱한 생각에 밤을 허옇게 샜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 밀고 나가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거를 나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그랬으니깐요.

이 무심(無心) 도리라는 것이 전체…, 이게 고만둔다고 하고 또 자꾸 말을 해서 안됐습니다만… 아니, 그거를 보이지 않는데, 내 몸이 보이질 않아야 가지고 가지 않느냐 이겁니다. 내 몸이 보이는데 붙잡히지 그게 붙잡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붙잡히지 않는 그런 도리를 아주 밤이면 밤새도록 잠을 안 자고는, 그냥 드러누울 수가 없습니다. 너무 눈물이 흐르고, 세상이 각박하다보니까는 먹을 것이 제대로 있습니까? 입을 것이 제대로 있습니까? 신을 것이 제대로 있습니까? 그런 데다가 부모 밑에서 사는 사람들은 좀 낫겠지만 나야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그렇게 되겠습니까? 그렇지만은 나는 거지가 아니라 돈 몇 푼 주는 것도 받지 않았죠. 그저 다만 얻어먹은 거는 간장물밖엔 없었습니다. 가다가 쓰러져도 그대로 인생이 한 번 죽는 거, 죽으면 죽는 대로 살면 사는 대로 그냥 걸어갔을 뿐이죠. 나한테 닥치는 거 마다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어느 날 그러더군요.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조그마한 초립동이가 아니, 조그마한 동자가 행전을 상그렇게 매고 키 하나를 들고선 허공에 나섰습니다. 허허허, 그것이 은사가 키 하나를 들려서 내보낸 거죠. 그거를 영 스무살이 되도록 몰랐다가 그게 의문이 났습니다. ‘키 하나를 줘서 내보내다니 그게 참, 그게 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벼는 찧어놨으나 까부르질 않아서, 닦아라 이 소리지. 벼는 다 절구질을 해서 찧어놨으나 아이, 까불러야 될 거 아닙니까? 이 까부르질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키 하나 줘서 내보냈을 수밖에, 음! 그 어린 게 키 하나를 들고 사막 같은, 엊그저께 그 콜로라도에 갔을 때의 그 끝도 없는 사막과 같았어요. 끝도 없어, 하여튼. 황야야, 그냥. 그 황야를 그때에 보는 그 심정이야. 키 하나를 들고 어린 동자가 키 하나를 들고 나섰다 이거야. 갈 데 못 갈 데 뭐, 증명해놓은 무슨, 아니, 그 주막이 있습니까? 이 진리라는 건 주막도 번지수도 없는 겁니다. 끝도 기약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디 갈 자리를 마련해놓고 가는 게 아니라 무조건 키 하나 들고 그냥 나섰죠.

그 키는 누가 줬느냐고요? 허허허. 은사죠. 내 은사. 내 은사는 내 가슴에 있겠죠. 그렇게 해서 그것을, ‘저 키를 집어라.’ 그 남이 내버린 키야. 이거를 하나 집고 그걸 몰랐단 말이야, 글쎄. ‘그 키를 집어라.’ 집었지. ‘이걸 가지고 가자.’ 가라 이거야. 그걸 들고서 가다가보면은 또 바닥이 차면 그걸 깔고 앉고 그랬지 뭐, 모르니깐. 허허허. 나 참 재미있게 살았다고. 얼마나 인생을 재밌게 살았는지…. 여러분은 그런 맛을 못 볼 거야, 아마. 못 봤을 거야. 음. 그 어디 가서 앉았으면, 돌에 앉았으면 그것 깔고 앉았고, 풀에 앉아도 때에 따라서는 그것 깔고 앉고. 아, 그러다가 보니까 어느 날 그것이 홀연히, 그 키가 그 키가 아니라, 키가 아니라 키야. 그러니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당신은 정말 이 세상을 줘도 바꿀 수가 없는 당신이요, 당신을 보고 싶소.” 하고서 하니까 “야, 색경을 봐라.” 그래. 허허허, 그랬던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공부를 하다가 그렇게 한 것도 이것이 무슨 뭐 경을 보고 설법을 듣고 뭐, 절집에 왕래를 자주 하고 이랬어야 알지. 그래서 어느 큰스님을 찾아가서 점검을 자꾸 했던 거지. 내가 그렇게 발부터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여러분도 모두 발부터 들어서지 않아. 이건 그냥 결사적으로 발부터 들어서야지 둘이 아닌 까닭에 너는 너고 나는 나기 때문에 발부터 들어서야 된다 이 소리야. 그냥 너는 너. ‘대행 스님은 저기 그냥 계시니까 난 여기 있으니깐’ 이럭하고, 제주도에서도 그렇게 지내고 있거든, 응?

그런데 모두가 둘이 아닌 까닭에 따로따로, 모습은 따로따로 돼있는 거야. 저 봐. (천정의 전등을 각각 가리키시고) 셋이 다 따로따로 있잖아? 그렇지만 전력이 똑같은데 어찌 따로따로 있는 거냐 이거지. 전력이 없다면 저거 빈 전구밖에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 척척 떼버리겠지. 마음대로들 이건 자유니까, 공부를 하고 못 하고는 자유야. 그러니까 먼저 들어오고 나중 들어오고 그게 없습니다. 이 선맥을 이어받는 데는 나중 들어오고 먼저 들어오고가 없다는 것을 아시고 공부 열심히들 하십시오.

 

(891호 6월 6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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