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였느냐
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였느냐
  • 노덕현 기자
  • 승인 2012.06.0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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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 스님 수행 일화 ⑧⑨

빨리 가게 해 준다며 도망치게 해

목숨 위협 받자 고통 잊는 도리 보여

타심통 부리던 만공 스님에게는

“술법 부리면 믿지 못할 사람” 꾸중

⑧ 길을 빨리 걷게 한 희롱

만공 스님이 경허 스님을 모시고 길을 가는데 날은 저물어가고 다리는 아파왔다.

만공 스님이 시주자루를 메고 무겁다고 끙끙대며 투덜거렸다. 만공 스님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자 경허 스님이 말했다.“내 빨리 가는 방법을 한번 써 볼 터이니 자네 빨리 따라와 보게나.”

얼마 후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은 한 촌락에 이르렀다. 동네 사람들이 정자나무 밑에서 다들 쉬고 있었다. 한 처녀가 우물에서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것이 경허 스님의 눈에 띄었다. 경허 스님은 느닷없이 쫓아가 어린 개구쟁이 같이 처녀의 양쪽 귀를 잡고 입을 맞추었다.

이 광경을 본 동네 청년들이 몽둥이를 들고 “저 중놈 잡아라”하고 외치며 쫓아왔다. 사태가 다급해지자 경허 스님은 동네를 가로질러 뛰었다. 만공 스님은 해괴한 짓을 저지르고 바람같이 도망치는 경허 스님의 뒤를 따라, 한참동안 정신없이 뛸 수밖에 없었다.

두 스님은 ‘걸음아 날 살려라’하면서 산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동네 사람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고 점차 멀어져 갔다. 한참을 뛰다보니 뒤에 따라오는 청년들이 보이지 않았다. 쫓아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경허 스님은 뛰던 걸음을 멈추고 나무 아래에 걸터앉았다.

경허 스님이 숨을 돌리며 만공 스님에게 물었다.“어떠냐? 지금도 무겁느냐?”

그러자 만공 스님이 대답했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무거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경허 스님이 말했다.“옳거니, 네 말이 맞다. 무겁다는 생각이 없으니 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겠느냐”


⑨ 도인이라도 술법을 행하면 믿지 말라

경허 스님이 천장암(天藏庵)에 주석할 때의 일이다. 만공 스님이 공부를 하다가 식(識)이 맑아지고, 타심통(他心通)이 열려 사람의 마음과 세상일을 보지 않고도 손바닥에 놓고 보듯 환하게 아는 경계에 이르렀다.

만공 스님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순조로이 풀어주고 심지어는 죽게 되는 경지에서도 살 수 있는 지혜를 일러주었다.

경허 스님이 이러한 것을 못하게 엄금했지만 급히 달려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공 스님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들에게 방법을 일러주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경허 스님을 시봉하던 경환이라는 아이가 스님께 꾸지람을 듣고 밤중에 별안간 없어졌다. 경허 스님이 아무리 애타게 그 아이를 불러도 종적이 없었다.

경허 스님이 너무나 답답해 만공 스님에게 물었다.“여보게 자네가 그렇게 잘 안다니 경환이란 놈이 어디로 갔는지 한번 알아보게나”하고 물었다.

만공 스님은 “지금 경환이가 있는 곳은 나무 꼭대기입니다. 거기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 염려치 않아도 곧 들어올 것입니다”고 답했다.

경허 스님은 믿지 않았다. 스님은 “이 사람아, 이 밤중에 또 폭풍으로 바람까지 부는데 하필이면 왜 나무꼭대기에 있단 말인가? 그 참 괴이한 일이로다”고 의아해 했다.

그런데 밤이 지난 아침, 지대방 안에서 경환이가 자고 나오는 게 아닌가.경허 스님은 경환이를 불러 “어제 저녁에 어디를 갔었느냐”고 물었다.이에 시봉하던 아이는 “어제 저녁에 저는 스님을 약올리기 위해 마당 끝에 있는 괴목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저를 찾느라 야단이었습니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경허 스님은 “그러느냐, 만공이 무엇을 알기는 잘 아는가보다”하고 생각했다.

스님은 만공 스님을 불러놓고는 “이 사람아, 서산 대사의 말씀인 즉 ‘도인에게 아무리 훌륭한 도가 있다 할지라도 술법(術法)을 행한다면 그 사람은 절대로 믿지 말라’하지 않았는가?”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설사 자네가 살고 남도 살려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그러한 일은 하지 말게”하고 엄히 타일렀다.이에 만공 스님은 그 후로는 절대로 타심통으로 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 또 스님 스스로 어려운 곤경에 빠져도 자신의 신통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조차 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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