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心牛)를 누이고 피안의 길을 걸어보자
심우(心牛)를 누이고 피안의 길을 걸어보자
  • 노덕현 기자
  • 승인 2012.05.0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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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서울 우면산 둘레길… 대성사

소가 누워 쉬는 우면산, 도시인 쉼터돼

보우 스님 불교중흥 꿈꾼 대성사 풍광 으뜸

둘레길 왕이 행차한 남태령까지 이어져

강남의 회색 건물들 사이에 오아시스와 같은 푸른 숲이 펼쳐진다. 우면산(牛眠山)이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선바위역까지 넓게 자리한 우면산은 해발 293m의 낮은 산으로 서초구와 과천시 경계에 있다. 산세가 소가 누워서 쉬고 있는 모양이라 우면(牛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우면산은 서초구 방배동ㆍ서초동ㆍ우면동, 강남구 개포동ㆍ도곡동ㆍ양재동, 과천동 등의 뒷산으로 지역주민들과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4월 18일 찾은 우면산에는 2011년 7월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둘레길 곳곳에는 여름이 오기 전 산세를 복구하기 위한 중장비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우면산 둘레길은 남부순환도로 예술의전당 뒤편 대성사로 오르는 길, 남부터미널 입구에 있는 서초약수터로 오르는 길로 돼있다.예술의전당 뒤로 오르는 길은 밥을 먹고 걷다보면 정상에 이내 오를 정도로 평탄하다.

정상에 자리한 소망탑 기준 오르내림을 보면 4Km이내로 산행 시간은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대성사로 향하는 산 초입에는 산을 깍은 축대와 함께 아스팔트 길이 깔려 있다. 벚꽃을 배경으로 예술의전당을 찾은 젊은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길이다.

연등이 걸린 벚꽃길을 걷는 연인들이 한폭의 그림과 같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면 끝에 대성사가 살포시 머리를 내민다. 대성사는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에 창건설화가 나온다. 백제 15대 침류왕 1년(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 스님은 중국을 거쳐 바다를 건너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오는 동안에 물과 음식이 맞지 않아 수토병(水土病)이라는 병에 걸렸다. 그러나 우면산에서 약수를 마시고 병을 고친 후, 대성초당(大聖草堂)을 세웠는데 대성초당이 바로 대성사(大聖寺)의 시초다.

조선 명종 때 태고 보우 스님이 머물며 불교 중흥을 구상한 대성사는 이후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는 선지식들이 한데 모여 논의한 자리가 돼기도 했다. 용성 스님이 만해 스님을 앞세워 손병희 천도교 교주, 길선주ㆍ 이필주 목사 등과 교류해 독립운동을 도모한 성지로 대성사 대웅전에 있는 목물좌상(서울시유형문화재 제92호)은 3ㆍ1운동 당시 용성 스님이 만들었다고도 전해진다.

대성사는 1954년 한국전쟁 때 소실돼 복원됐는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다행이 대성사 대웅전은 이를 피했다. 대웅전 양 옆으로 깊은 골이 파일 정도로 당시 흔적은 뚜렷이 남아있다.대성사에서의 아쉬움도 잠시 해가지기 전 길을 재촉했다.

늦은 오후 산행에 나선 이들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대성사 옆 둘레길을 계속 오르면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편안하고 넉넉한 길로 바뀐다. 서울시가 한눈에 보이는 명소 중에 명소다. 정상 부분 통제로 기존 등산로를 우회하도록 길이 조성돼 자연스럽게 둘레길이 됐다. 길은 소망탑으로 이어진다. 정상 인근 탁트인 시야 아래 돌무더기가 등산객들을 반긴다.

남태령 쪽에서 소망탑 쪽으로 오르는 계단은 총 266개로 이뤄져 있다. 일명 깔딱 고개다. 대성사에서부터 반대로 가니 딱깔계단일 뿐이다. 계단 옆으로는 철망이 돼 있는데 6ㆍ25 당시 지뢰가 많이 매장된 곳이라고 한다.우면산은 흙산이라 약수터가 유난히 많다. 유점사와 덕우암이 있는 곳에는 약수터가 있어 산행에 지친 이들에게 감로수를 제공한다. 약수터 지나 따뜻한 산모퉁이에 자리한 휴식공간마루에서는 잠시 쉴 수도 있다.

자전거 바퀴 자국을 보니 하산길인 선바위역과 남태령가는 낮은 산자락은 MTB 매니아들도 애용하는 코스인 듯 하다.소망탑에서 돌무더기위에 내려놓은 마음은 덕우암, 유점사, 범바위, 성불암으로 약 1.9km 가량을 내려가며 온전히 침잠된다.과천 정원마을 지역으로 넘어가면 내려가는 길 내내 쳐진 군부대의 철조망과 참호들은 수도 서울의 방위를 위한 것인지 세련되고 현대화된 도시를 침범하는 투박한 자연의 방어를 위함인지 모른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를 절묘히 오가는 듯하다.

성불암을 지나 걸음을 재촉하면 남태령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남태령은 원래 ‘여우고개’였으나 정조가 사도세자 능원 행차 시, 고개에서 쉬어 남쪽으로 행차하면서 첫 번째 고개라는 뜻에서 ‘남태령’이라고 불렸다. 정조가 넘었을 직한 ‘남태령 옛길’을 따라 내려가는 한 반백의 신사가 마치 왕처럼 거닐고 있다.

“혼자서 산에 오셨나요?”

“이 나이 대는 걷는게 좋아요. 이정도야 머, 하하”

순간 차오르는 숨이 부끄러워진다. 청명한 하늘, 수분이 가득한 바람이 봄을 확신하게 하는 가운데 다시 걷기에 나섰다.

가는 길 = 대중교통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예술의전당-대성사-덕우암 약수터-사당역-남태령 선원마을-성불암 약수터-소망탑? 승용차 에술의전당-대성사-소망탑관문사-태극약수터-소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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