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큰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 ‘성철 큰스님 수행도량 순례법회’1. 겁외사(劫外寺)

한국불교 1600년 연보(年譜)속에서 최근에 주목받은 대목은 단연 ‘성철’일 것이다. 그가 남긴 생각이 출재가를 가리지 않고 한국 현대불교사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깨달음’에 대한 그의 믿음과 신념은 한국불교를 뜨겁게 데웠고, 그 열기는 한국불교를 지탱시키고 숨 쉬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런 큰 족적을 남긴 성철 스님이 적멸에 든 지 벌써 20년이 흘렀고. 올해는 탄생 100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이제 그가 걸어간 발자취는 의심할 수 없는 길이 됐고, 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은 그의 향훈을 따라 순례를 시작했다. 2월 23일 현판식을 갖고 출범한 ‘성철 스님 탄생 100주년 기념 수행도량 순례단(단장 엄상호)’이 바로 그 첫 시발점이다.

불교인재원과 백련불교문화재단이 지난 해부터 준비해 발족된 순례단은 3월 31일 스님의 생가인 경남 산청 겁외사에서 출범식을 겸한 ‘영원한 자유인 성철 큰스님 수행도량 순례법회’를 봉행하고 순례를 시작했다. 300여 사부대중이 참석한 이날 법회에서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우리 중생들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 중생들이 이미 성불해 있음을 가르쳐 주시려고 우리 곁에 오셨다고 하셨습니다”며 “스님 말씀처럼 오늘 이 순례길이 부처를 찾아 떠나는 길이 아니라 이미 성불한 나 자신이 부처님 자비행을 실천하는 순례가 됐으면 합니다.”고 순례의 의미를 새겼다. 이어 순례단은 성철 스님의 법어를 독송하며 스님의 뜻을 받들 것을 서원했다. 법회 후 순례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 10kg 500포대를 산청군에 보시했고, 참가비 중 1천원씩을 사찰에 시주했으며, 5천원씩은 인재양성기금으로 적립했다. 순례단은 산청 대원사와 합천 해인사 등 성철 스님 수행도량 24 곳을 매월 한차례씩 2014년 8월까지 찾을 예정이다. 순례단은 개인 또는 신도회, 사찰, 직장신도회 단위로 동참 가능하며 상시 모집한다. 1661-1108(불교인재원 순례단)
 

“가르침 곱씹으며 자비행 실천하자”

300여 불자 서원...산청군에 쌀 보시

생가 복원 겁외사 ‘시공간 벗어난 진리 도량’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210번지. 스님은 1912년 음력 2월 19일 이곳에서 태어났다. 스님은 이곳에서 길을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스님은 20대 때 우연히 읽게 된 <증도가>라는 책으로 인해 발심하게 된다. 새로운 공부에 눈을 뜬 스님은 지리산 대원사로 들어가 <서장>을 읽게 되는데, 그 때 무(無)자 화두를 만나게 된다. 정진에 든 지 40일 만에 동정일여(動靜一如)를 체험한 스님은 1936년 봄에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한다. 그렇게 책 두 권에 침몰한 한 젊은이는 천륜으로부터 받은 이름을 놓고 불가(佛家)에 이름을 적는다. 어느 날, 스님의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 길을 나선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만나지 못한다. 가져갔던 음식과 옷가지만 놓아둔 채 돌아서야 했다. 법회 후, 스님을 모셨던 원택 스님이 겁외사와 스님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복원한 스님의 생가를 외호하기 위해 세워진 겁외사의 이름은 세속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진리와 함께 하고 있는 절이라는 뜻으로, 스님이 말년에 머물던 거처의 이름에서 따왔다. 겁외사는 일반적인 가람 배치와는 다르다. 일주문이 따로 없고 누각을 통하여 도량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법당인 대웅전과 대중이 정진하는 심검당, 요사채가 있고 마당 한 가운데는 성철 스님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어머니도 불러오지 못했던 아들 ‘성철.’ 그 아들은 그렇게 돌아와 있었다. 스님을 잊지 못하는 이들의 손에 이끌려 100년 전의 마당에 돌아와 있었다. 스님의 동상 뒤로 복원된 스님의 생가가 있다. 300여 명의 순례자들은 스님의 어린 시절과 출가전의 모습을 떠올리려는 듯 집안 이곳저곳을 꼼꼼히 걸었다.

순례는 시작됐다. 다시 읽고 싶은 책처럼 그가 걸어간 길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적멸에 든 선지식을 다시 불러내야 하는 걸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했던 스님의 조용한 일갈을 우리는 순례를 시작하는 길목에서 다시 만난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 명징한 소리를 ‘성철’이라는 이름 없이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그 날이 올 때까지 순례는 계속될 것이며, 또한 그 길에 나선 이들은 순례길마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곱씹으며 부처의 자비행을 쌓을 것이다. 순례는 이미 시작됐다. 산청 겁외사=박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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