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리더십아카데미-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돈이 최우선 가치 된 현대사회

나 위해 남 짓밟는 모순 반복

인간은 인간 그 자체가 목적

인문학으로 인간성 회복해야

 

경제의 논리가 사회 전반을 침투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간 삶의 목적은 온통 돈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을 중심으로 사유하는 인문학, 속된 말로 돈이 되지 않는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이미 멀어져 버렸는지 모른다. 그러면 인문학은 저 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야 마땅한 존재인가? 인간에 대한 자비와 연민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은 이 삭막한 자본주의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4월 2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화쟁리더스아카데미에서 경희대 도정일 명예교수(71)가 인문학의 역할을 논했다.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를 통해 현대 사회 속 인문학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정리=정혜숙 기자

 

“자본주의 사회는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것은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없는 사랑 우정 이런 가치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까? 인문학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런 가치들을 가격으로 매길 수 있습니까?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팔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똥값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이 모두가 목적과 수단이 전도돼 버리고 가치가 물구나무 서고 있는 것이죠”

도정일 교수는 시장 경제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며 인문학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이런 현상 자체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시장사회는 시장을 돌리는 시장 가치의 원리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돈이 안 되면 아무 값이 없습니다. 돈이 만물을 재단하는 척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팔 수 없는 것은 시장에서 아무 가치가 없게 되어버렸죠”라고 설명한다.

그는 현재 돈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대학사회의 현실을 예로 들며 시장사회의 폐해에 대해 얘기했다. 도 교수는 “지금 우리는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말하던 대학도 다 시장판이 되었습니다. 다 팔아 먹습니다. 학생들의 기숙사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시공합니다. 스타벅스 등 대기업 매장들이 모두 대학 안에 들어와 있죠. 또 학제에도 시장 용어가 들어 와 학생이 고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요구를 하죠. A학점 많이 줘라 교재는 어떻게 만들어 달라 이 과목은 이렇게 개선해 달라 등 고객으로서 학교에 요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은 수단과 목적이 완전히 혼돈된 사회가 되고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 또한 돈을 신봉하는 구성원으로 길러지게 된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5개 이상 써내라고 하면 대부분이 1등 아니면 2등이 돈입니다. 돈벼락 좀 맞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아마도 부처님이 다시 태어나 오셔서 하루만 인문학 강의를 하라고 한다면 중생이고 보살이고 다 귀찮다고 도망 갈 것입니다”라며 현 대학 교육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덧붙여 도 교수는 미국의 호화 감방, 대리모 제도, 기념품점으로 전락한 영국의 대성당 등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대리모는 자궁을 파는 거죠. 백인 여성 자궁은 7만불 인도 여성은 7천불 한다고 합니다. 인도 여성이 백인 여성보다 10분의 1 싼 거죠. 이처럼 우리는 오만 것에 다 가격을 매겨 팔아먹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팔아먹을 수 없는 것은 똥값입니다. 수단이 목적을 제치고 목적에 대한 사유도 다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라며 정신적 가치가 사라져 버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런 시장 사회가 길러낸 학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사회현상을 낳는다. 그는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고 생명은 생명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하지만 이익을 내야만 하는 시장 사회는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짓밟아야 하는 모순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익과 이익이 충돌하면서 소통 불가능의 사회를 만들고 있죠”라며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선거에 나온 정치인은 무조건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은 A학점을 맞기 위해 남의 레포트를 베끼기 짜깁기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왜 이겨야만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는 채 앞으로만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공동체 붕괴라는 결과를 낳았다.

도 교수는 “인간은 공동선을 추구하며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인문학은 이런 가치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미국 등 신자유주의 국가들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도 교수는 “미국의 금융 파동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까에만 몰두하다보니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부 격차가 늘어 고통이 늘어났습니다. 이 모두가 시장원리가 사회로 그대로 들어와 적용돼 생긴 부작용입니다. ”라고 전한다.

이런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재론적 이유를 사유하고 공존과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국민들 삶의 윤리적 잣대가 되어야 한다고 도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공존과 공생은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가치가 반영돼 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시장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가치죠. 그리고 이런 가치들을 꾸준히 얘기해 왔던 분야가 바로 종교와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히 도 교수는 불교에서 말하는 불살생 비폭력 등이 최고의 윤리적 행동 지침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 연민 동정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그는 “결국 인문학을 통해 내가 타인의 입장에 서볼 수 있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종교 예술 인문학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치죠. 그래서 인문학 교육이 중요합니다. 시 한편 또는 소설책 한 권을 통해 우리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이해할 수 있 수 있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심 또는 맹자가 말하는 측은지심 등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가치라고 말한다. 도 교수는 “인간을 수단으로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서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존엄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철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는 시민은 어떤 것도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 사람을 살리겠다는 자비심에서 비롯된 행위죠.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자비심이고 측은지심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성적 판단과 정서적 함양을 위해 인문학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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