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상)

연지문화, 우리나라에 불교 전래된 후 형성

연꽃은 불교교단 성립 초기부터 부처님 상징

<묘법연화경> 불교적 상징성 함축적으로 제시

연지 도입 연유 경전에서 근거 찾을 수 있어

<관무량수경> 극락정토의 못과 연꽃 구체적 설명

‘관경변상도’는 연꽃 가득한 연지로 정토왕생 표현

 

일본 지온인에 소장된 관경십육관변상도
연지는 연을 심은 못을 말한다. 연지에 심어진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연지에 관련된 문화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후에 형성됐다. 그도 그럴 것이 연은 우리나라 토종식물이 아닌 수입종이며 불교와 더불어 전래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전에서는 연꽃의 종류를 빠드마(Padma, 홍련화), 웃뜨빨라(Utpala, 청련화), 니로뜨빨라(Nilotopala, 청련), 꾸무다(Kumuda, 황련화), 뿐다리까(Pup-darika, 백련화)의 5종이 있다고 적고 있다.
인도에서는 경사스러운 때나 제사에 연꽃을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불교교단이 성립되면서부터는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됐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화가 된 것은 연꽃이 가진 여러 가지 속성 때문이다. 연꽃은 진흙에 뿌리를 두되 거기에 물들지 않고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난다. 마치 사바세계에 있으되 깨달음을 향해 정진해 부처가 되는 것과 비유된다. 꽃송이가 크지만 몇 개의 꽃잎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중심을 향해 겹겹이 붙어있으니 이것은 불상을 연상시킨다. 모든 꽃들은 꽃이 진 뒤에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 이는 수행과 깨달음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지를 말한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 이른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이다.
연꽃은 불교교단이 성립된 초기단계부터 부처님을 상징하는 꽃으로 대접을 받는다. 룸비니동산에서는 갓 태어난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니 떼어놓는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영취산(靈鷲山, 영축산으로도 읽는다) 영산회상에서는 마하가섭이 부처님이 들어 올린 연꽃 한 송이를 보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짓는다. 더구나 경전이 가진 결백하고 미묘한 뜻을 연꽃에 비유한 <묘법연화경>은 불교적 상징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불교가 인도로부터 여러 시대와 장소를 거치며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에도 연꽃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꽃으로 널리 인식됐다. 이러한 사실은 한 송이의 연꽃처럼 꾸며진 법당을 비롯하여 부처님이 앉아있는 연화좌(蓮花座), 법당의 천장, 대들보, 불단, 석단이나 계단의 소맷돌, 탑ㆍ부도ㆍ석등의 대석에서 볼 수 있는 연꽃그림이나 조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사찰에 연꽃을 심은 연지가 도입된 연유는 경전에 근거한다. 정토삼부경 가운데 <관무량수경>에는 ‘못물을 생각하는 관(寶池觀)’에서 극락정토에 있는 보배로운 못과 그 못에 심어진 연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중배관 연지(사진 좌), 하배관 연지(사진 우)
극락국토에는 여덟 가지 공덕의 물이 있고 각각의 못에 담긴 물은 칠보로 이루어져 있다. 그 보배로운 물은 부드럽고 유연하며, 여의주왕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이것이 나뉘어 열 네 갈래로 흐르는데, 하나하나의 갈래는 칠보의 색으로 된 황금의 개울로 되어 있다. 개울 밑에는 여러 가지 색깔로 된 금강의 모래가 깔리고 낱낱의 물 가운데에는 육십억가지 칠보의 연꽃이 피어 있다. 그 연꽃들은 둥글고 탐스러워 한결 같이 십이유순이나 된다. 그곳 마니의 물은 연꽃 사이로 흐르며 나무를 따라 오르내린다. 그 소리는 미묘하여 고(苦), 공(空), 무상(無常), 무아(無我) 등 모든 법을 설하고 또 모든 부처님의 상호를 찬탄한다. 여의주왕으로부터 금색의 미묘한 광명이 솟아나와 그 광명이 변하여 백가지 보배색으로 된 새가 되어 평화롭고 그윽이 노래하는데, 항상 불법승 삼보를 생각하는 공덕을 찬탄한다.


  관상을 통한 정토왕생은 관경변상도라는 주제의 불화로 그려졌다. 관경변상도에 그려진 보배 못은 연꽃이 가득 피어있는 연지이다. 이러한 연지의 모습은 일본 지온인(知恩院)에 소장된 고려시대(1323년 제작)의 ‘관경십육관변상도’에서 확연히 관찰된다. 이 변상도에서는 상부 누각 위에 하나, 상부삼존상 좌우에 하나씩 2개, 중앙 삼존상 좌우에 하나씩 2개 그리고 하부 아미타불과 협시보살 하단에 3개의 연지가 그려져 있다. 하단에 그려진 연지는 중앙의 것이 상배관 연지이고, 향우측이 중배관 연지, 향좌측이 하배관 연지로 각각 그림의 내용이 다르다. 즉, 중앙의 상배관 연지는 아미타삼존이 상배왕생자를 맞이하고 있고, 향우측 중배관 연지는 두 보살이, 향좌측 하배관 연지는 한 보살이 각각 중배 왕생자와 하배 왕생자를 맞이하고 있어 왕생의 등급에 따라 내용이 틀려짐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연지의 형태인데, 대체로 관경변상도에 그려진 연지들은 방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도 사찰에 조각된 연화 문양

 

일본 아미다지(阿彌陀寺)에 소장된 13C 가마쿠라 시대 작품인 ‘관경십육관변상도’에서도 연지를 볼 수 있다. 아미다지 소장 변상도에는 화면 중앙부와 하단부에 연꽃이 활짝 핀 연지가 보인다. 연꽃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크기 또한 매우 커서 연꽃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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