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전통시장이 위태롭다. 대형마트사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그리고 백화점 등 대기업에 밀려 점차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홈쇼핑과 방문판매까지 가세해 전통시장의 설자리가 더욱 좁혀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로만 보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통시장의 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민경제와 직결된 전통시장을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 측면으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영세상인과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분배의 차원에서 다루어질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전통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을 제시하여 왔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의 시설 현대화를 위한 지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전통시장 1km안에 접근금지, 그리고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오전 0~8시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통시장 보호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전통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형마트나 SSM과 취급품목을 구분해야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SSM은 전통시장이 1차 상품을 위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양보를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기업의 전 품목 판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의 구분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역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1차 상품의 구입을 위해 전통시장을 다시 찾아야 하는 불편함도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야하는 문제 중에 하나다. 이 문제는 대기업에 대해 강제적인 판매품목 규제 보다는 도덕적 차원에서 대기업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앞선다.

전통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인 차원에서 노후화된 시설 개선과 부족한 서비스를 향상시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이미 많은 전통시장들이 일본 등 선진국의 전통시장을 벤치마킹하여 시설면에서 많이 개선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형매장의 시설과 서비스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전통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설개선 및 서비스 교육 등을 통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1차 상품에 대한 확실한 우위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전통시장을 찾게 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전통시장은 문화적 유산으로 보존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전통시장은 특화시켜 문화상품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나라의 전통시장은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고 있어 중요한 관광자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의한 전통시장의 위기는 대기업 2-3세들이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인 빵집과 커피숍에 까지 진출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요즈음 사회적 기업의 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여느 때 보다도 강조되는 이유는 경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업의 최종적 목표가 이윤의 극대화 추구라 할지라도 도덕적 경영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어야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시장이 살아야 서민 경제의 부양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전통시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과 보호만으로는 정책적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마치 물고기 잡는 기술을 가르치듯 전통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고 존립할 수 있는 중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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