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범 카카오톡 대표이사

이제범 카카오톡 대표이사

11월 29일 동국대에서 열린 ‘프라이드 동국 지성콘서트’에는 이제범 카카오톡 대표가 ‘e-세상의 연결과 공감’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제범 대표는 최근 많아진 강연에 “이번 강연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강단에 서지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카카오톡 회사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 시대의 모바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10년마다 오는 기회
저는 오늘 강연을 통해 모바일과 카카오톡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역사적으로 컴퓨터 플랫폼은 10년 마다 변화했습니다. 현재는 데스크탑에서 모바일 인터넷으로 변화하는 시점입니다. 재미있게도 각 플랫폼들은 다음 플랫폼으로 연결되지 않고 새로운 플랫폼을 구성해 시장을 장악합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마이프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거대한 기업입니다. 이들은 인터넷 시장에서도 강자가 되려고 했지만 결국 구글과 NHN 등과 같은 신 벤처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게 됐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의 패러다임도 새로운 벤처가, 새로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게임, 커머셜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올 것입니다. 기존의 강자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합니다. 포기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플랫폼이 바뀌면 큰 회사가 만들어지고, 큰 시장이 만들어 집니다. 모바일 시장이 만들어내는 회사는 PC회사가 만들어 낸 시장의 규모보다 클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PC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수는 16억여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수는 41억여 명 입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PC보다 모바일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2013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것입니다.

PC사용자들이 1주일에 평균 3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해 온 것에 비해 모바일은 24시간 동안 7일 내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사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소셜커머스가 일어나게 됩니다. 또 이에 따른 광고와 비즈니스도 확대될 것입니다.

10년 마다 오는 큰 기회를 두고 카카오톡도 새로운 시작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50만개, 안드로이드마켓에는 25만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 많은 어플리케이션들 중 최고가 되려면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에 대한 본질을 고민했습니다. PC는 정보를 검색하는 큰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스마트폰은 통신기기입니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선점하면 그 외에 따른 많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거라 확신했습니다.

카카오톡 서비스는 2010년 3월에 만들어졌습니다. 2011년 11월에 3000만 회원가입을 돌파했습니다. 이 중 20%가 해외사용자입니다. 현재 216개국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중동 지역 사용자가 가장 많습니다. 

이런 현황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안드로이드마켓·앱스토어 등에서 좋은 서비스만 만들어내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 전보다 훨씬 쉬어졌다는 점입니다. PC를 사용할 때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서비스 사용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서비스에서 중요한 지표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가 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록 그 가치는 올라갑니다. 카카오톡의 메시지 사용 건은 2011년 11월을 기준으로 8억개의 메시지를 사용했습니다. 일반 이동통신사의 SMS의 사용료가 20원이라 가정하면 연간 4조원의 규모입니다.

현재 저희 회사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언어를 제공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성장속도가 높거나 비즈니스 기회가 큰 나라를 선정해 국가적 마케팅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저희는 일본 현지화 작업을 위해 7월 26일 일본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12개국 언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올해 초부터 사용자 100가지 기능개선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획자가 어떤 부분이 불편하겠다고 상상만 하지 말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5가지 원칙
카카오톡은 2006년 12월에 설립됐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톡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저와 회사직원들은 많은 실패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실패 과정들을 통해 저희 회사는 5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4명이 2달 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처음 세우게 된 것은 2006년 12월에 첫 번째 프로젝트를 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저희는 글, 그림, 동영상들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이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는 비슷한 서비스가 기존에 많이 출시돼 시장을 섭렵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를 만드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만약 그 시간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후로 저희는 작은 팀을 구성해 모든 서비스를 2달 안에 개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팀은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로 4명이 한 팀을 이룹니다.

두 번째는 하나만 선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구성된 팀이 서비스 하나를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품화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다보면 중복되는 컨셉들이 많이 나옵니다. 모바일 시대는 1+1=0.5이어야 합니다. 두 가지 기능을 함께 섞으면 1보다도 못한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이 서비스를 왜 써야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그 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한 서비스 안에 여러 가지 기능을 섞게 되면 속도가 가장 중요시 되는 모바일 인터넷에서는 사용자들에게 서비스의 기능을 어필하지 못합니다. 모바일은 작은 화면에 다양한 기능을 담아야 합니다. 때문에 심플함은 가장 최우선시 돼야 합니다.

세 번째는 타이밍입니다. 저희는 개발 기간을 2달로 제한했습니다. 다양함을 넣다보면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타이밍을 놓치게 됩니다. 카카오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이 급속도로 퍼지기 전에 카카오톡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으려 하기보다 핵심적인 아이디어에 집중해 빨리 출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후에 고객의 반응들을 살펴가며 업데이트 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유연한 조직입니다. 회사 안에서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는 3년 동안 40번이 넘는 조직개편을 했습니다. 모바일 시장이 급변화하기 때문에 전략도 빨리 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략에 맞춰 조직도 변해야 합니다.

처음 카카오톡을 출시하기 전에는 카카오아지트라는 서비스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빠르게 증가하자, 저희는 카카오톡에 인력을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는 상황에 맞게 빠른 판단을 내려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신뢰, 충돌, 헌신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 말은 구성원 모두가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충돌을 하고 충돌 끝에 내려진 결론에 대해서는 헌신하자는 뜻입니다. 한국사회는 계층화 돼있어 충돌을 합니다. 사람들은 반드시 충돌을 합니다. 저는 이 충돌을 중요시합니다. 한 사람의 천재적인 아이디어 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충돌하며 낸 결론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독단자가 내린 결정보다 훨씬 리스크가 적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직장생활은 계층화돼있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기가 힘듭니다. 이는 호칭부터 계층화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는 수평적 구조를 위해 직급은 없애고 직책만 뒀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저를 대표님이라 부르지 않고 이니셜인 ‘JB’라고 부릅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대표인 제가 어떤 의견을 내면 부하직원들은 반박의견을 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조직 전체에게는 굉장한 이익을 줍니다.

모바일 생태계 구축
카카오톡이 현재까지 단순한 서비스 기능만 해왔다면, 앞으로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가야할까요. 플랫폼의 진화는 서비스 본질에 있어야 합니다.

카카오톡은 모바일 서비스입니다. 내가 친구들과 연결돼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입니다. 저희는 이런 친구와의 커뮤티케이션을 통해 친구들을 더 확장하고 메시지를 확장시켜 플랫폼으로 변화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지인들과 연결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도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저희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실시간 메시지 플랫폼으로 진화하려고 합니다. 모바일이란 환경 속에서 보다 더 가치 있는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2가지 플랫폼이 있습니다. 플러스친구는 스타, 매거진, 기업, 브랜드를 친구로 등록하면 그들이 주는 정보와 혜택들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그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외식업체입니다. 할인 쿠폰을 실시간으로 발송하고, 그 쿠폰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권유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메일 서비스에서는 쿠폰 사용자가 10~15%에 불과했지만, 모바일 쿠폰의 사용자는 40%가 넘습니다.

또한 응모나 경매 이벤트에서도 참여율이 90%가 넘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플러스친구를 통해 웹툰 날씨 주가 기부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카카오링크는 외부의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카카오톡으로 전달하는 기능입니다. 게임 등을 할 때, 카카오톡 접속하면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게임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재 1000개가 넘는 앱이 연동돼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의 핵심은 어떤 플랫폼을 상상해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우선 함께할 파트너들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후 파트너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통해 플랫폼을 만들고 다시 리스크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제가 이런 플랫폼을 만들려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카카오톡 혼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도 있겠지만, 소셜커머스를 통해 K-pop, 게임 등 다양한 컨텐츠들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고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다른 개발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카카오톡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기업의 철학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많은 회사들과 함께 성장하고, 이로 인해 세상이 나아질 수 있다면 이것이 카카오톡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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