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규(淸規)의 역사와 그 의미
청규(淸規)의 역사와 그 의미
  • 윤창화 민족사대표
  • 승인 2011.10.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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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화의 선원총림을 가다 44- 선원총림의 법전(法典)
▲ 2000년 해인사 스님들이 청규 정신에 따라 김장 울력에 참여하고 있다.

‘청규(淸規)’란 청정한 대중들이 모두 함께 준수해야 할 규칙ㆍ규율이라는 뜻이다. 곧 선종사원의 운영방침과 생활규칙, 그리고 규율 등을 제정한 정관(定款)으로서, 한 도량에서 수행 정진하는 구성원이라면 상하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지켜야할 공통된 규약[共住規約]이다.

선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청규를 집대성해 총림 운영의 법전(法典)으로 성문화(成文化)한 이는 당(唐) 중기의 선승으로서 마조도일의 제자이자 황벽희운의 스승인 백장회해(百丈懷海; 720~814) 선사이다. 

총림의 법전인 <백장청규>는 청규의 비조이다. 역사가들은 후대의 여러 청규와 구분하기 위하여 <고청규(古淸規)> 또는 <백장고청규>라고 부른다. 중당(中唐) 정원(貞元) 연간(785-804), 대략 백장의 나이 70세를 전후한 시점에 성립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고청규>는 황소(黃巢)의 난(875-884)으로 야기된 당말 오대(五代)의 전란과 풍한 등으로 인하여 산실(散失)되고, 지금은 전해 오지 않는다(흔히 말하는 <칙수백장청규>는 원대에 편찬한 것임).   

다행히 송초의 한림학사 양억(楊億, 楊文公; 974~1020)에 의하여 그 내용이 요약되어 <전등록>(1004년) 6권 백장회해 장(章) 끝에 부록(명칭 ?禪門規式?)으로 전해 온다. 또 장로종색의 <선원청규> 10권에도 <고청규>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백장규승송(百丈規繩頌)?이 수록되어 있어서 대강이나마 <백장고청규>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다음은 각 청규에 대한 개요이다. 

 1. <백장청규> : <고청규(古淸規)> 또는 <백장고청규>라고 부름. 백장회해가 인도의 율장과 중국 유가의 예의 및 법도를 절충해서 제정한 최초의 청규. 승당의 규칙 등 선종교단의 여러 제도와 기구 등을 정한 것으로 당 중기 정원연간(785~804)에 성립됐을 것으로 추정. 현재 원본은 산실되어 전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내용을 요약한 ?선문규식?이 <전등록> 6권 백장회해 장(章) 끝에 수록돼 있다. 이 청규의 제정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선불교가 율종사원의 더부살이로부터 독립해 하나의 종파로 성립하는 계기가 됐다.

 2.<선원청규(禪苑淸規)> 10권 : 장로 자각 종색(長蘆慈覺宗?, 미상, 송초)이 편찬. 송(北宋) 숭녕(崇寧) 2년(1103년)에 성립. 4만8000여 자(字). 숭녕 연간에 편찬됐다고 하여 ‘숭녕청규(崇寧淸規)’라고도 함. <백장고청규>에 이어 두 번째로 성립한 청규로서 현존하는 청규 중에는 가장 오래된 청규. <고청규>의 법도를 지키는 한편, 널리 여러 총림의 제도 등을 참고하여 만들었음. 자료적 가치가 가장 높은 청규로서 당, 북송 때 총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후의 청규들은 이 청규를 바탕으로 편찬되었다. 우리나라 <고려본 선원청규>는 이 청규의 복간본이다. 

 3.<입중일용(入衆日用)> 1권 : 남송(南宋) 가정(嘉定) 2년(1209)에 무량 종수(無量宗壽)가 편찬함. ‘무량수선사 일용소청규(無量壽禪師 日用小淸規)’라고도 함. 3400여 자(字). 

 4.<입중수지(入衆須知)> 1권 : 편찬자 미상. 남송 경정(景定) 4년(1263년) 경 편찬. 약 1만7000여 자(字). 앞의 <입중일용>과 함께 선원총림의 초심자를 대상으로 편찬된 계몽적 성격의 청규이다. 

 5.<총림교정청규총요(叢林校定淸規總要)> 2권 : 남송 함순 10년(1274년)에 유면(惟勉)이 편찬함. 3만6000여 자(字). <교정청규(校定淸規)>, 함순연간에 편찬됐다고 하여 흔히 <함순청규(咸淳淸規)>라고 한다. 이 청규의 특징은 종래 총림의 규칙에 대해 그 폐단과 예방(豫防), 시정해야할 사항 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예컨대 지금 제방의 연수당(열반당)은 무용지물이라고 꼬집고 있다. 그 밖에도 많다.  

 6.<선림비용청규>(禪林備用淸規)> 10권: 원(元) 지대(至大) 4년(1311)에 택산일함(澤山日咸)이 편찬. 지대청규(至大淸規)라고도 함. 6만6000여 字. 앞의 청규들에 비하여 매우 체계적으로 편찬된 청규이다. 따라서 자료적 가치도 높다. 비교적 완비된 청규이다. 

 7.<환주암청규(幻住庵淸規)> 1권 : 원(元) 연우(延祐) 4년(1317)에 중봉명본(中峰明本)이 환주암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편찬함. 2만9천여 자(字). 문도들을 위한 청규로서 널리 이용된 청규는 아님. 줄여서 ‘환주청규’라고도 한다. 

 8.<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 8권 : 원(元) 지원(至元) 2년(1338)에 당시 백장사의 주지인 동양덕휘(東陽德輝; 1336~1338)가 칙명을 받아 편찬, 간행함. 그래서 <칙수(勅修)백장청규>라고 함. 7만6000여 자(字). 또 지원연간에 편찬, 간행되었다고 하여 <지원청규(至元淸規)>라고도 함. 매우 체계적이지만 원대의 국가주의적 색채가 농후하다. 원(元) 황제 순종(順宗)은 이 청규를 중국의 모든 사찰에 배포하여 준수도록 했다. 제목이 <칙수백장청규>여서 마치 백장 당시에 성립된 <백장고청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원나라 때 편찬된 청규다. 총 8권 9장(부록까지 합하면 10장)으로서, 앞의 장로 종색선사가 편찬한 <선원청규>에 비하면, 황제의 수명장수를 비는 축리장과 보은장 등이 들어가 있는 등 잡스러운 것이 많다.  

 9.<총림양서수지(叢林兩序須知)>1권 : 명(明) 숭정(崇禎) 12년(1639)에 행원(行元)이 편찬함. 명대(明代)에 편찬된 소(小)청규로서 6두수와 6지사의 소임에 대하여 서술했다. 

 10.<영평청규(永平淸規)> : 일본 조동종의 개조 도원(道元)이 가정(嘉禎) 3년(1237)부터 관원(寬元) 4년(1246)까지 약 9년에 걸쳐 편찬한 청규. <영평원선사청규(永平元禪師淸規)>라고도 함. 이 청규의 특징은 상당한 지면을 전좌(典座, 음식 담당)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 의의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전좌교훈). 판도화(辦道話), 부죽반법(赴粥飯法, 공양법), 감원(監院) 장(章) 등 4장이다. 

 이상 10여 종의 청규 가운데 중국 청규로서 중요한 것은 <선원청규>ㆍ<교정(校定)청규>ㆍ<선림비용청규>ㆍ<칙수백장청규>이다. 이 4가지 가운데 성립사적으로 가장 오래되었으며, 자료적 가치가 높은 것은 송초(1103년)에 장로 종색이 편찬한 <선원청규>이다. 그리고 가장 후대의 것은 원대(1338년)에 동양덕휘가 편찬한 <칙수백장청규>이다. 이 두 청규의 비교를 통하여 시대에 따른 청규의 변천사를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칙수백장청규>는 원나라 말기에 편찬된 청규로서 모두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선원청규>와 비교하면 잡스러운 것이 많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도 맨 앞에 있는 축리장(祝釐章)과 보은장(報恩章)은 장로종색의 <선원청규>에는 없는 장이다. ‘축리’란 황제의 축수(祝壽, 수명장수)와 복을 비는 장(章)으로, 당시 총림에서는 황제(천자)의 생일과 즉위일, 그리고 황태자 생일날에는 대중 모두가 불전(대웅전)에 올라가 황제 일가(一家)의 수명장수와 복을 비는 의식을 올렸다. 

사찰에서 황제의 수명장수를 축원하는 것은 당 현종 때부터 시작되었지만, 선종사원에서는 별도로 하지는 않았다.

청규에서도 “이날 축성(祝聖)하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삼팔(三八) 염송 등 특정 행사 때 축원문에서 포괄적으로 “황풍(皇風) 길이 불어서 멀리까지 융창하고, 불일(佛日)은 더욱 밝아지고 법륜은 상전(常轉)하여지이다(선원청규)” 정도였는데, <칙수백장청규>에 와서는 한 장(축리장)을 두어 규정화한 것이다. 또 당시 총림의 모든 대중은 매일 같이 아침공양과 점심공양이 끝나면 불전에 올라가서 축수했다[每日祝讚. 齋粥二時下堂. 僧衆必須登殿. 維那?無量壽呪三. 回向云, 諷誦秘章, 所萃洪因. 端?祝延, 今上皇帝, 聖壽萬安. 金剛無量壽佛云云). 그리고 기청(祈晴, 날이 맑기를 비는 것)ㆍ기우(祈雨)ㆍ기설(祈雪), 일식(日蝕), 월식에 속히 해와 달을 돌려달라고 비는 보은장도 <선원청규>에는 없는 것들이다.  

또 하나 능엄주에 대한 문제이다. 능엄주는 선원에서 대비주(신묘장구다라니), 소재주(消災呪)와 함께 가장 널리 독송되는 다라니이다. 참선 중에 나타나는 마장을 없애고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힘을 얻기 위하여 독송했는데, 이는 남송 말기부터 시작된(선림비용청규에도 있음) 풍습으로서 안거 기간 중에는 능엄회라고 하여 매일같이 능엄주를 독송했다. 한국 선승들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장로종색의 <선원청규?>에는 그 어디에도 선원에서 능엄주를 염송하라는 말이 없다. 당대는 물론 북송 때까지도 선원에서는 밀교의 다라니나 주문(呪文) 같은 것은 처다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남송과 <칙수백장청규> 시대 곧 원대에 와서는 마치 능엄주를 화두를 들듯이 수지독송한 것이다. <칙수청규>에는 능엄주를 하라는 대목이 17회 정도 나온다(현재 중국에서는 아침 예불에 능엄주ㆍ대비주(신묘장구대다라니)ㆍ소재길상다라니ㆍ준제진언 등 10小呪를 염송한다). 

참선수행에서 ‘마(魔)’란 선에 대한 잘못된 이해(신통력 같은 것 등), 잘못된 수행에서 오는 정신적 착란과 착각 현상으로서, 일종의 선병(禪病)이다. 정견(正見)과 정안(正眼) 등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에 겪는 정신적 오류와 오판이다. 자신의 의식 속에 나타나는 착시 현상인 환영(幻影)ㆍ환청(幻聽)ㆍ환시(幻視) 등으로, 이는 어리석기 때문에, 정도(正道)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화두삼매, 화두참구를 통하여 돈오(頓悟)에 이르고, 이른바 살불살조, 확철대오를 외치는 간화선에서, 마(魔)를 해결하지 못해서 능엄주를 외우고, 화두삼매가 되지 않아서 편법으로 능엄삼매법을 쓴다는 것은, 이것은 간화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다. 총림에서는 당연히 선(禪)의 경전인 <유마경>이나 반야지혜의 경전인 <금강경>을 독송해야 한다. 다라니를 독송한다는 것은 선의 정신과 본질을 망각하는 짓이다. 선의 정신은 이 때 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림의 법전(法典)인 청규는 선종교단의 율장으로서 참선 학도(學道)의 생활을 규율로 정한 것이다. 그 취지와 의의는 참선수행자를 부처나 조사로 만드는 데 있다(成佛作祖). 부처가 되기 위한(견성성불) 공동 수행규칙으로서 자신은 물론이고, 공동체를 위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규칙이다. 

총림에 법도와 질서가 정연하면 몇 백명이 함께 수행해도 적정(寂靜)한 것이 마치 한명이 살고 있는 것과 같을 것이고, 질서가 없으면 성불은커녕 心身의 교통사고가 빈발할 것이다. 송대의 성리학자 정명도(程明道; 1032~1085)는 어느 날 수백 명이 수행하고 있는 총림에 가서 무언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공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감탄 왈(曰) “하(夏)ㆍ은(殷)ㆍ주(周) 삼대(三代) 예악(禮樂, 즉 道)이 모두 여기에 있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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