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불교는 최근 수십년 사이 서구인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The World Parliament of Religions)는 불교가 미국에 처음 알려진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에머슨, 헨리소로우 그리고 휘트먼 같은 미국 시인들이 불교에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헨리 소로우는 불교경전 가운데 하나인 <법화경>의 영문화 작업에 큰 공헌을 했다. 불교의 사상과 가르침을 그의 삶속에서 실천함으로서 자본주의 극으로 치달았던 미국의 지식인들에게 경종을 울린 바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쯔 박사의 선불교에 대한 영어포교 역시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비트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70년대에 이르러 일본의 뇨겐 세자키, 소케이안 그리고 순류 스즈끼, 중국의 선화 삼장법사, 티베트의 초감트룽파 린포체 등의 활동으로 미국인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사상과 종교라 할 수 있었던 불교를 선보일 수 있었다. 불교를 접한 이들에게 큰 변화를 초래하였음은 물론 깊은 감명을 안겨줌으로서 지금의 미국불교의 토대가 됐다. 초감트룽파 린포체는 오늘날 미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 현지인 불자들의 스승으로 일컬어진다. 물론 한국의 숭산 스님 역시 현대 세계 불교계의 큰스님으로서 달라이라마, 틱낫한,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스님으로 꼽히는 분이다. 숭산 스님은 수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불교에 대해 종교적 혹은 사상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들에게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불교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불자가 될 수 있도록 포교하신, 미국 내 불교 포교에 큰 역할을 하신 분으로 일컬어진다.

20세기 후반부터는 동남아 상좌부불교와 한국 티베트 베트남 중국 일본 인도 등의 수행불교가 미국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러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불교가 미국에 자리매김을 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단일화된 모습이 아닌 다양한 불교를 선보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불자들에게 계파와 문화를 초월하여 불법이 결국엔 하나임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을뿐만 아니라 불교를 전체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됐음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주지로 소임하고 있는 뉴욕불광선원에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참선시간이 있다. 매주 월~수요일 저녁 7시경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사찰 인근의 거주민들이 대부분 참석한다. 한국에서 17년간 수행한 미국인 출가자 대성 스님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매회 20여 현지인들이 참석하며 간화선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석회원들이 불교에 입문한 경위를 살펴보면 일본 동남아 베트남 인도 중국 티베트 등 불교와 접한 그 최초 인연이 다양한 것이 확인된다.

저녁 7시 참선을 시작하면 20~30여 현지인들이 조용히 법당에 들어와 정진을 한다. 월~수요일 매일 참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 직장이나 개인사정에 따라 1주일에 한 두 번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정진 후에는 질의응답시간을 갖는다. 그들 모두는 화두공안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난 문제점에 집중하거나 개인의 건강증진을 위해 또는 자기의 전공분야(정신분석, 심리치료 등)의 향상이나 개인의 영성개발을 위해 명상을 한다고 한다. 다수의 미국불교인들은 불교를 종교적 측면보다는 자아성찰에 중점을 둔 수행명상불교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미국불자들은 불교의 가르침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그 가르침을 따르게 됐다고 말한다. 때문에 재가수행 위주의 미국 불교가 이러한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현실참여의 빈도를 높인다면 미국불교의 앞날은 밝다.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 공존함으로서 새로운 제3의 정신문명 탄생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재가불자수행은 새로운 정신문화탄생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어떠한 이념도 일반화 될 수 없는 미국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이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역사의 이러한 수레바퀴의 흐름을 어느 누가 바꿀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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