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선재 스님이 '사찰 음식 문화에 나타난 생명존중사상'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사)지혜로운여성(원장 김애주)이 사찰음식에 담긴 생명존중과 불교사상을 확립하고자 젊은 세대를 위한 채식문화 확산에 나섰다. 이에 선재사찰음식 문화연구원 원장 선재 스님은 9월 3~4일 목동 국제선센터, 9월 6일 마포 다보빌딩 등에서 ‘사찰음식문화에 나타난 생명존중 사상’을 주제로 젊은이들의 올바른 채식문화 확산을 돕기 위한 강연을 했다. 선재 스님은 강연을 통해 이 시대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며, 어떤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할지, 또한 앞으로 미래의 식문화가 어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음식에는 우주의 생명 담겨

<유마경>에서는 “국토로부터 보시 받은 음식을 헛되이 먹지 않는다”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식재료를 제공해준 국토의 은혜의 보답하고 공양을 올린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보살의 복덕과 지혜를 갖춰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명존중이란 매우 광의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생명의 존재를 유정과 무정으로 나눕니다. 유정은 사람, 동물, 어패류 같은 아픔을 느끼는 생명체이고, 무정은 바람 공기 흙 물,식물 같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유정과 무정을 합한 것을 중생이라고 말합니다.

중생은 곧 자연입니다. 불교에서는 자연과 중생을 하나로 봅니다. 오염된 물을 마시면 사람이 병듭니다. 오염된 땅에서 자란 식물은 그대로 오염이 되며, 이 식물을 먹은 인간 역시 병이 듭니다. 이처럼 유정중생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정물을 포함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이 연기적으로 작용됩니다. 모든 자연계는 하나입니다. 따라서 모든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지구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유정과 무정의 모든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게 살려면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부터 식재료를 헛되이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일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를 절 음식, 사찰음식, 선식 등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다 같은 음식은 아닙니다.

절에서 먹으면 절 음식이고, 사찰에서 먹으면 사찰 음식입니다. 하지만 선식은 다소 다릅니다. 선식은 스님들이 특별히 수행을 할 때 먹는 음식을 선식이라 말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스님들이 수행을 할 때, 아침에는 죽을 먹고, 낮에는 밥을 먹으며, 밥에는 과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셨습니다. 부처님은 당시에 점심에 한 끼의 식사만을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 무문관에서 수행을 하시는 스님들은 하루 한 끼만 드시고, 선방에서는 2끼를 드십니다. 보통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반인들은 3끼를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가에서는 오신채라고 해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등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는 뜨거운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식재료이므로,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식이라는 것을 단지 입으로 음식을 먹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음식에는 우주의 생명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선재 스님은 9월 3~4일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영108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찰음식에 대해 강연했다.(사진제공=영108회)

 

현대인은 십재일을 지켜야

불교에서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최소의 절식과 육식을 금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대부분 어패류와 식육을 금하고 있지만, 몸이 아프면 약으로써 이를 허용했습니다. 사실 ‘정육’이라는 말은 불교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육은 ‘깨끗한 고기’라는 뜻입니다. 현대는 이런 깨끗한 정육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소나 돼지를 비대하게 살찌우기 위해 과도한 사료를 먹이고, 면역력이 떨어지자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이런 고기를 다시 사람들이 과하게 섭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옛날에는 명절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 외에는 그다지 고기를 많이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를 최초로 통일한 아쇼카 대왕은 동물의 존엄성을 고려해 가능하면 식육 문화를 없애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왕은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해 도살을 금하고 불을 때서 음식을 하는 것도 금지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아쇼카 대왕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채식을 권장했고 그러한 전통이 오늘날 사찰음식에 남아 있습니다.

불교에는 십재일이 있습니다. 십재일에는 짐승에게 자비를 베푸는 날로 살생을 금합니다. 태어나서 육식을 먹지 않으면 암에 걸릴 일이 없습니다. 육류를 밥보다 많이 먹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육식을 할 때에는 육식보다 2~3배 많은 야채를 함께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장암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이런 십재일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식사량이 늘어나 예전보다 장수도 하고 체격도 커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이 먹게 돼 생긴 질병들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먹어야 할 양은 일정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유기농 재료를 쓴다고는 하는데 첨가제 재료로 맛을 냅니다. 첨가제 재료를 쓰게 되면 음식안의 좋은 기운들이 다 죽게 됩니다. 생명을 기를 받아 성불한 음식을 먹을 때 우리도 성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많은 강의를 다니면서 집과 학교마다 장독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나마 제대로 된 장이라도 먹으면 우리 몸의 독소들을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3명 중 1명이 암환자입니다. 아무리 먹을 것이 많아도 우리가 다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음식도 문제이지만, 제대로 된 음식보다 안 좋은 음식이 많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불교에서는 오후불식이라고 해서, 저녁시간을 식사를 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한 정도 돼 있습니다. 그 시간 외에 과다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뿐입니다.

사람은 해가 뜰 때 부터 해가 질 때까지만 식사를 해야 합니다. 그 외에 시간에 식사를 하게 되면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쌓여 독소를 만들어 냅니다. 야식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쓰레기를 먹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침은 씹을 수 있는 것으로 맑은 것을 먹으며, 점심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게 든든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저녁은 되도록 6시 전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

불가에서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픔을 느끼는 동물을 섭취하지 말라고는 했으나, 식물도 감정은 있습니다. 식물이라고 해도 도에 넘치게 훼손하거나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생명을 가진 유정중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보호해줘야만 합니다. 이와 같은 자세로 사찰음식을 조리하고 먹어야 합니다.

유마 거사는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기법에 의해 너와 내가 한 몸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땅과 물이 아프면 바로 내가 아프게 됩니다. 낫으로 잡초를 베면 잡초가 독소를 내뿜지 않지만, 기계로 잡초를 베면 식물이 기계 소리에 놀라 독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독소가 사람에게 뿜어져 피부병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숫타니파타>에서는 “벌이 꽃에서 꿀을 따오듯, 아프지 않게 모든 자연계를 다루라”고 말합니다. 요즘에는 너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제철 아닌 음식들, 첨가제가 들어가 음식들, 농약과 비료를 잔뜩 넣어 기른 식물들, 풀을 먹지 않고 사료를 먹여 키운 동물들까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 너무 비일비재 합니다.

최근 많은 아동들이 조숙증에 걸리고 여러 가지 질병이 나타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 근원에는 나쁜 음식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장호르몬을 과도하게 투여 받은 소가 생산한 우유를 어린이들이 먹으면 생각지 못했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오염물질이 식재료에 녹아 있으면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전통 사찰음식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있습니다. 사찰음식은 청정한 식재료를 여법하게 조리해 지혜롭게 섭생하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능하면 육식을 삼가고 식육을 할 경우에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식탐을 배격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웃과 함께 나누고 배려하며 모든 생명체가 공업중생이라는 사상 속에서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음식은 인간에게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제공해 줍니다. 인간의 감정을 조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호르몬도 결국은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칼륨과 마그네슘 등과 같이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무기질은 음식에서만 있는 것이 많습니다. 따라서 음식은 몸과 마음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으로 운영되는 인간의 육신과 정신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연기적 작용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몸과 마음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지혜롭게 청정한 음식을 섭취하면 몸과 마음도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반면에 무지하게 먹고 마신다면 무지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모든 생명은 인드라망처럼 얽혀 있으며 연기적으로 장용하며 공존합니다.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은 여기서부터 비롯됩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이기 때문에 내 몸처럼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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