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노라면 몸과 마음에 때가 끼기 마련이다. 아침저녁으로 세수를 하거나 샤워를 함으로써 몸의 때를 씻어내듯이, 마음의 때도 일상적으로 씻어내야 한다.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방법은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명상, 사색, 놀이, 운동, 교우 등 다양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수행을 통해 마음의 때, 즉 업장(業障)을 정화한다. 불교의 수행 전통은 스승의 지도하에 혼자서 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 수행하는 방법도 효과적이지만, 여럿이 어울려 마음을 교류하는 방식도 그 효과가 상당하다. 만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각자의 감정, 생각, 욕구 등 마음의 현상들을 진솔하게 내놓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정화가 일어난다. 각자의 삶 속에서 겪은 일들을 공부 소재로 삼기 때문에, 삶 속에서의 문제나 과제를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해결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불교와 상담의 접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마음공부 프로그램들을 섭렵하고 다니던 7~8년 전 무렵에 만난 공부 방법과 체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10여 명이 둥글게 앉아 ‘지금여기’에서 느껴지는 느낌, 기분, 감정, 정서 위주로 각자의 마음을 교류하면서 마음을 치유했다.

리더(촉진자)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자 이제 시작합시다”라고 말함으로써, 마음공부는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처음으로 입 열기를 주저하다보니 대개 처음에는 정적이 감돌기 마련이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침묵 속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중 속에서의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팽팽한 긴장감을 깨며 한 마디 던진다.

“답답합니다.”
같은 느낌을 인내하고 있었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받아 입을 연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반갑고, 말문을 열어 긴장감을 깨트려주어 고맙다는 마음을 그렇게 간결하게 표현했다. 두 사람은 눈빛으로도 만나면서 본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느낌을 더 깊이 공감하게 되고, 일순 긴장감이 줄어들고 상대방에 대해 연민과 자애를 느끼게 된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다른 한 사람이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한다.
“따뜻합니다.”
대부분의 다른 참가자들도 말한 사람들의 마음 변화에 공명하면서 긴장감, 답답함, 시원함, 푸근함, 따뜻함 등 그때그때 흐르는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진솔하게 만나는데 긴 말과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 마음공부는 때론 깊은 속내의 응어리를 건드리기도 했다. 마음 속 깊이 묻어두었던 슬픔, 회한, 화, 불안, 두려움 등이 표현될 경우에는 관련 상황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이야기하거나 듣는 사람이 묻게 되기도 하지만, 사실보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아픔을 드러내고 서로 마음을 나눔으로써,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하곤 했다. 더불어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학습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10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리더(촉진자) 역할 하는 사람이 불교 교리, 마음 관련 이론, 의사소통 기법 등에 대해 10여분 간단하게 정리해 줄 때도 있었고, 10여 분 자애명상이나 호흡관찰명상을 하고 마칠 때도 있었다. 20~30분의 휴식을 취한 후 또 다시 같은 형태의 마음공부가 진행됐다.

나의 경우 사람을 가슴으로 만나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고, 말의 힘을 체험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음공부의 길에서 도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삶의 여정에서 겪는 희노애락을 진솔하게 내놓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서로 인정하고 칭찬하면서 지혜와 자비심을 함양할 수 있는 도반들과의 마음공부의 장(場)이 그립다.

아난존자께서 도반의 중요성에 대해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 좋은 벗과 사귀는 것은 청정범행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 아난다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아난다여.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 좋은 벗과 사귀는 것은 청정범행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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