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원인은 70%가 간염

▲ 간 기능이 저하됐다는 진단을 받더라도 건강 보조제 등 약물을 과용하지 말고, 적절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으로 치료에 임하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간질환이라고 하면 ‘술’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알코올성 간질환은 10~15%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간질환의 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과 비만, 당뇨, 고지혈증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데 있다.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담당하는 역할도 많다. 영양소들을 적절한 화학 물질로 변환ㆍ생성시켜 심장에 공급 한다. 그 외에도 각종 대사기능을 담당해 유해 물질과 세균을 접 할 기회가 많다.

간질환은 비교적 젊은 층부터 발병하기 시작한다. 간질환은 한국인 30대 사망원인 3위이고 4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물론 50~60대 사망원인에도 2위에 꼽힌다.

지방간, 알코올성 간질환, 간염 등 간질환이 심화 되면 간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간암환자의 병력을 역추적 해보면 바이러스형 간염 환자가 60~70%에 이른다. 급성 간염을 제때 치료 하지 못하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간염으로 발전 되는데, 이 만성 감염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간이 굳어지는 간경화를 일으킨다. 중장년층을 위협하는 간염, 정확히 알고 예방하자.

# 봄이면 급증하는 A형 간염
요즘 10~20대 젊은 사람들에게 A형 간염이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 본부에 따르면 A형 간염환자 수는 2월에는 4%, 3월에는 7%, 4월에는 13%로 급증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물과 흙, 오물, 대변 등을 통해서 전염되는 까닭에 야외활동이 느는 봄철에 감염자 수가 증가한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감염되기 때문에 후진국형 질병이라고도 불린다. A형 간염 환자는 2001년에 105명에 불과 했으나 2009년 1만 5000여 명에 달하는 등 150배가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형 간염이 주로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가 많아지면서 해외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흑사병처럼 사라진 병이라 여기고 예방을 소홀히 하는 태도다.

A형 간염은 급성 간염을 일으킬 뿐 만성 질환을 유발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예방 접종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A형 간염은 어렸을 때는 감기처럼 알고 지나갈 수 있지만 20세 이상 성인이 감염된 경우 병원에 입원해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A형 간염 바이러스가 감염 되면, 2주~1개월 후 발열, 식욕부진, 피로감 등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A형 간염은 병원 치료와 함께 2~3주간 잘 먹고 잘 쉬면 보통 낫게 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대부분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특히 위생 시설이 낙후된 지역을 여행하기 전에는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 한국인의 5%는 B형 간염 보균자
B형 간염은 필수 예방접종 대상으로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예방 접종을 실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5%가 B형 간염 보균자이다.

B형 간염은 항체가 잘 생기지 않아 3차에 걸쳐 예방접종이 실시되는데 3차까지 마치고나서도 꼭 항체가 형성 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백신의 효력은 10년 이상으로 항체가 있다면 재접종은 필요치 않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B형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B형 간염에 걸린 것은 아니다. 몸 안에 바이러스가 계속 남아 있는 만큼 항상 발병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그냥 사라지거나 평생 발병을 안 할 수 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를 만들면 된다.

간암환자 대부분 만성 B형 간염에 감염돼 간질환이 발병된 사람들이다. 몇몇 간암 환자들의 경우 간경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고 실제로도 아무 이상이 없는 비활동성 바이러스의 경우 계속 보유 하게 될 확률은 5% 미만이다.

B형 바이러스는 혈액과 체액을 통해서 전염된다. 때문에 칫솔, 면도기와 같은 개인 용품을 철저히 따로 사용 하면 전염을 막을 수 있다.

B형간염은 치료할 수 있다. B형 간염을 치료 할 수 있는 항 바이러스제들이 시판된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물론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치료제들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B형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산모도 출산 전 바이러스 증식을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하고 태어난 아기에게 예방 접종을 시행하면 90%이상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 준다.

# 치료 백신이 없는 C형 간염
C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그러나 아직 개발된 백신이 없고 점점 그 환자 수가 증가 하고 있다.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진바 없지만 미국의 경우 간질환의 40%가 C형 간염으로 간암의 중요 발병원인으로 보고 있다. 서양의 경우 간 이식 수술이 주원인 중에 하나로 꼽히며, 감염 후 25~30년이 지나야 간 경화가 시작 된다.

■ “헛개나무가 되레 간을 해칠 수 있어요”
강북 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김홍주 교수

“간 기능이 저하 된 환자분들이 생약을 가정에서 집적 달여 마시는 것은 위험 합니다.”

김홍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생약이 간에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간 기능이 약화된 상태인 만큼 생약의 많은 성분들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정에서 달여 드시는 경우 정제상태와 순도를 알기 어렵고 함께 복용 중인 다른 약과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연구 된 바가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헛개나무 달인 물을 마셔볼까요?’ 이다. 물론 헛개나무를 달여 마시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개선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생약은 수십여 가지의 성분으로 구성 돼있어 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이 불가능 하다.”

양약이 그렇듯 생약도 한의사의 처방을 꼭 받고, 진료시 현재 복용중인 약과 병력도 자세히 말씀해 주는 것이 좋다. 한약뿐 아니라 관절염이나 혈압 약 등 복용중인 약을 알아야 약물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최근 만성 간염의 치료에는 페크 인터페론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페크 인터페론은 주1회만 맞아도 되는 편리함과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다. 과거에는 인터페론과 제픽스를 사용했지만 인터페론은 고령의 환자에게 부작용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일주일에 3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제픽스는 치료성적이 90%에 이르는 좋은 치료제이지만 내성률이 높아 1차 치료제에서는 제외하고 있다.

그밖에 간 질환으로는 알코올성 간질환과 지방간이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초기에는 금주만 하면 바로 회복 가능하지만 한번 간경화가 시작되면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것”이라며 김홍주 교수는 초기 금주를 강조했다.

간혹 포도주는 많이 마셔도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포도주, 소주, 막걸리 할 것 없이 알코올의 섭취량이 하루 40g을 넘으면 안 된다. 알코올 40g은 소주 반병에 해당하는 양으로 그 이상 마신 후에는 2~3일 정도 쉬는 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간염은 예방이 최선이다. 치료는 만성간염 간경화 등 병의 진행 과정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목적” 이라며 “간 기능이 저하됐다는 진단을 받더라도 건강 보조제 등 약물을 과용하지 말고, 적절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으로 치료에 임하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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