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종, 법고 모두 치면 대환영 뜻
법종, 법고 모두 치면 대환영 뜻
  • 박기범 기자
  • 승인 2011.04.1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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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화의 선원총림을 찾아서32 - 법고(法鼓)ㆍ운판ㆍ목어ㆍ백추ㆍ경(磬)
 
 
 
 


선의 세계는 언어문자의 강 저편에 있다. 닿을 듯 그러나 어렵다. 그래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한다.

범종(梵鐘)이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법구라면, 법고(法鼓)는 축생을 제도하기 위한 법구이다. 운판(雲版)은 날아다니는 짐승을 제도하기 위한 법구이고, 목어(木魚)는 물속의 어류들을 제도하기 위한 법구이다.

북을 선종사원에서는 ‘법고(法鼓)’라고 한다. ‘법고’라고 부르는 것은 세속의 북과는 다름을 강조하기 위해서고, 더불어 사원에서 울리는 북소리는 단순한 북소리가 아니라, ‘법음(法音)을 전하는 소리’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법고는 산문과 불전 사이의 우측에 있는 고루(鼓樓)에 걸어 두고 친다. 법고는 대중을 집결시킬 때, 법요식 등 행사가 있을 때 그리고 상당법어(上堂法語)와 조참(早參, 아침 법문), 만참(晩參, 저녁 법문) 등 소참(小參, 수시설법)과 보설(普說, 대중 법문), 입실(入室, 독참, 개별적인 지도), 공양 등이 있을 때 친다. 항상 대종(大鐘, 범종)과 함께 치며, 순서는 대종 다음이다.

또 법당(설법장) 내에도 법고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설법 할 때에 쓰는 북(법고)으로서 법당 동북 쪽 모서리에 두고, 하나는 차 마실 때 치는 북, 곧 다고(茶鼓)로서 법당 서북쪽 모서리에 둔다.

주지(방장)의 정식 법문인 상당법어가 있을 때는 마치 드럼 치듯 강약(强弱)을 주어가면서 모두 3회를 치는데, 그 방법은 각 회마다 조금씩 다르다. 첫 회는 좀 오래 치고 다음은 조금 짧게 치는데, 주지(방장)가 법당에 당도해 법좌에 오르면 잠시 멈추었다가 두 손에 각각 북채를 쥐고 크게 세 번 연타(連打)한다. 소참 때는 1회만 치고, 보설 때는 그냥 천천히 ‘쿵’ ‘쿵’ 다섯 번 치고, 입실 때도 ‘쿵’ ‘쿵’ 세 번을 친다.

다고(茶鼓)는 총림의 조사(祖師) 기일(忌日)에 다례(茶禮)를 올릴 때, 또는 모든 대중이 차를 마실 때 치는데, 한 차례(1회) 치고 점심 공양을 알리는 재고(齋鼓)는 상당법어 때처럼 3회를 친다. 울력이 있음을 알리는 보청고(普請鼓)는 1회, 목욕을 알리는 욕고(浴鼓)는 4회 친다. 새벽에 치는 북을 통칭해서 ‘신고(晨鼓)’라 하고, 저녁에 치는 북을 ‘혼고(昏鼓)’라고 한다. 법고는 범종과 함께 하루의 일과를 알리기 위한 도구이다.

운판(雲板, 雲版)은 선종사원에서 고원(庫院, 주방)이나 재당(齋堂, 주방 겸 식당) 앞에 걸어 놓고 공양 때가 되었음을 알릴 때 치는 도구이다. 청동(靑銅)으로 된 판인데, 구름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운판’이라고 한다. 또 판(板)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하여 ‘대판(大板)’이라고도 한다. 재당에서 불을 지필 때 신호로 3번 친다고 하여 ‘화판(火板)’이라고도 하며 공양 때 길게 3회 친다고 하여 ‘장판(長板)’이라도 한다.

고원이나 재당에서 운판 소리가 나면 종과 북을 친다. 또 승당에서는 재당에서 운판 소리가 나면 비로소 좌선을 마친다[放禪]. 주방이나 식당은 청결이 우선이므로 모든 신호는 말보다는 운판으로 한다. 운판의 크기는 가로 세로 약 3척(90센티 가량) 쯤 된다.

운판 외에도 여러 가지 판이 있는데, 방장판은 방장실 앞에 걸어두고 치는 판이고, 수좌료판은 수좌실에서 치는 판이며, 중료(衆寮, 큰 방, 대중방)에는 전판(前板), 외판(外板), 내판(內板), 중소판(中小板) 등 무려 4개나 있다. 목판(木板)도 각 당우마다 있다. 당우의 목판은 주로 당주(堂主)나 빈객이 시자들을 부를 때 친다. 소소한 신호는 모두 목판으로 한다. 우리나라 운판 중 유명한 것은 남해 용문사 운판과 국립박물관 소장 쌍용문 운판 등이다.

운판의 모양도 선종 5가(五家)마다 각각 다르다. 임제종에서 사용하는 운판은 횡장방형(橫長方形, 가로 직사각형)이고, 조동종은 수장방형(竪長方形, 세로 직사각형), 법안종은 정(正)삼각형, 위앙종은 하반원형(下半圓形, 아래 부분 반만 원형), 운문종은 원형이다. 치는 때와 치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목어(木魚) 역시 선종사원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법구 가운데 하나이다. ‘어고(魚鼓)’ ‘어판(魚板)’이라고도 하며, ‘방(?)’ ‘어방(魚?)’이라고도 하는데, 고원이나 재당에 달아 두고 공양을 알릴 때 치는데 운판 다음에 친다. 모양은 나무를 깎아 물고기처럼 만든 다음 배 부분을 파내어 두 개의 나무막대기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 <백장청규(百丈淸規)> 주(註)에 따르면, 물고기가 항상 밤이나 낮이나 눈을 뜨고 있는 것과 같이, 수행자 역시 항상 깨어 있어야 함을 상징한다. <무상비요(無上秘要)>에서는 “목어(木魚)의 맑은 소리는 속세 사람들을 일깨워 깨닫게 한다”라고 했다.목탁(木鐸)은 고기처럼 생긴 큰 목어를 축소시켜서 둥글게 만든 것이다. 목탁은 주로 불전(대웅전)이나 각 전각에서 기도ㆍ염불ㆍ독경할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벽 도량석, 공양, 울력이 있을 때 그리고 대중을 집합시킬 때 목탁을 친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종(鐘)과 북, 경(磬, 磬子)을 많이 사용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목탁을 많이 사용한다.

목탁(木鐸)은 목어(木魚)에서 변형된 법구이다. 그래서 목탁 표면에 물고기를 조각하는데 우리나라 목탁에는 없다. 목탁의 종류는 포단(蒲團, 방석) 위에 놓고 치는 큰 목탁과 직접 들고 치는 작은 목탁이 있다. 또한 큰 목탁에는 매달아 놓고 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주로 대중을 모으거나 공양할 때를 알리는 도구로 사용된다. 포단 위에 놓고 치는 것은 불전(대웅전)에서 염불·예불·염송(念誦)·독경시에 사용한다. 오른 손으로는 목탁을 치고, 왼손으로는 경전이나 염불문을 넘긴다. 지금도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포단 위에 얹어 놓고 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든 작든 모두 손에 들고 친다.

백추(白椎, 白鎚, 白槌)의 백(白)은 ‘알리다’ ‘고하다’는 뜻이고 ‘추(椎)’는 ‘방망이로 치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이지 않는 법구이다. 주로 법회가 곧 시작됨을 알리는데 사용하며, 그 의미는 ‘조용히 해 달라’ ‘시선을 집중해 달라’는 뜻이다. 사회자가 치기 때문에 사회봉 역할도 한다. 주로 선원총림에서 행사가 있거나 주지의 법어, 새로 주지에 선출ㆍ임명돼 진산식(취임식) 후 처음 개당 설법을 할 때 사회자가 이 추(椎)를 친다. 사회자가 추를 친 다음 개식(開式) 멘트를 하며 그를 ‘백추사(白椎師)’라고 한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자 곧 백추사는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백추사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송대 특히 남송시대의 대표적인 선승으로는 묵조선을 제창했던 천동사의 굉지정각(1091~1157)과 간화선을 제창했던 대혜종고(1089~1163)가 있다. 두 선승은 개인적으로는 지기(知己)였지만, 사상적으로는 서로를 비판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이즈음 대혜 선사는 금나라에 대한 주전파로 몰려 장구성과 함께 형주로 귀양을 가게 된다. 그는 귀양 15년 동안에도 묵조선에 대한 비판을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묵조사선(?照邪禪, 묵조선은 삿된 선이다)’ ‘고목사회선(枯木死灰禪, 고목처럼 죽은 선이다)’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묵조선은 올바른 선이 아니라는 것이 대혜 종고의 견해였다. 53세에 시작된 귀양살이는 15년만인 68세에 끝난다. 만년을 거의 귀양지에서 보낸 셈인데, 이 기간 동안 그는 <정법안장> <대혜서장> 등 명저를 남긴다.

한편 그는 귀양살이에서 풀려남과 동시에 남송 5산 가운데 제4위인 아육왕사 주지(방장)에 임명된다. 이때 굉지 정각은 나이 70세로, 남송 최고의 선승이 되어 천동사 방장으로 있었다. 대혜 선사는 장고(長考) 끝에 그에게 자신의 진산식(취임식)에 백추사(白椎師, 사회자)가 되어 줄 것을 청탁한다. 보통 주지 취임식에서 백추사는 그 지역 고승에게 의뢰하는 것이 상례이기는 했지만, 굉지 정각에게 의뢰한 것은 뜻밖이었다. 아육왕사와 천동사는 걸어서 두 세 시간 거리. 굉지 정각은 노구를 이끌고 대혜 종고의 취임식에서 백추를 잡았다. 이날 참석한 불자는 약 만 명, 천동사에선 많은 식량을 아육왕사로 보냈다고 한다.

추(椎)를 추침(椎砧)이라고 한다. 추(椎)는 의사봉처럼 생긴 방망이이고, 침(砧)은 높이 3,4척(尺, 약 1미터 가량)되는 팔각형의 기둥인데, 그 위를 추(椎)로 친다. 선원에서 주로 설법 등 법요식을 시작할 때 치는 도구로서 주위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한다. 추를 치면 대중들은 정숙한 자세로 전면을 주시한다. 인도의 ‘건추’와 같다고 보면 된다.

경(磬)은 ‘경자(磬子)’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중국, 일본의 총림에서는 목탁 못지않게 사용한다. 주로 독경, 예불, 염송(念誦)할 때 운율을 맞추기 위해 친다. 소재는 동(銅)으로 그 소리가 범종 소리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섬세하다. 마치 천상을 연상할 정도이다. 크기와 모양은 우리나라의 작은 물동이와 비슷한데, 헝겊을 싼 방망이로 독경 소리에 맞추어 살살 친다.

경쇠는 경(磬)의 일종인데 경보다는 훨씬 작은 것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예불을 올릴 때, 또는 대중의 일어서고 앉고 절하는 행위를 인도하기 위해 치는 법구이다. 원래 중국의 악기였지만 불교로 수용되면서 의식법구(儀式法具)로 사용되었다. 경쇠를 칠 때는 목탁을 치지 않는다. 놋쇠로 주발처럼 만든 것인데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자루를 달고 노루 뿔 같은 것으로 쳐서 울린다.

총림의 모든 명기(鳴器, 치는 기물)는 기강 담당인 유나가 관장한다. 명기(鳴器)는 그 자체가 하나의 신호이고 대중은 그 신호는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임 주지가 취임하기 위해 산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입원(入院)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총림에 있는 모든 명기를 일시에 울린다. 범종, 법고는 물론이고 각종 판(板)과 목어 등도 모두 친다, 대환영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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