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중동 분쟁현장 삶에 뛰어 들어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분쟁지역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단연 중동을 꼽는다. 매일매일 외신을 통해 쏟아지는 중동 소식은 아픈 역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와 많이 닮아 있다.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박노해(51)는 중동 현장에서 10년간 촬영한 흑백필름 사진을 공개한다. 박노해 시인의 첫 사진전 ‘라 광야’展은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터키-쿠르디스탄에 이르는 중동 분쟁현장들을 기록한 사진전으로 2010년 1월 7~28일 서울시 중구 갤러리 M에서 전시된다.

박노해 시인은 “한국인에게 가장 멀고, 가장 낯설고, 가장 잘못 알려진 곳이 바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동”이라며 “한국과 닮은 중동의 문제는 ‘세계일화(世界一花:세계는 한 송이 꽃)’라는 말처럼, 핏줄처럼 얽힌 우리 삶의 문제”라고 말했다.

평생을 노동해방운동가와 시인으로 살아온 박노해가 이역만리 중동을 찾아 그들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 뛰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인이 10년간 촬영한 필름은 총 4만여 컷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라 광야’展에는 수개월간 작업을 거쳐 고르고 고른 37점만이 전시된다.


이기명 갤러리M 관장은 “기획자로서, ‘사진가 박노해’의 작업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번 사진전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박노해의 이번 전시는 시적 울림을 통해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과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고 설명했다.

박노해 시인은 참혹한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충격적인 장면과 극적인 이미지를 향해 다가서지 않았다. 그는 먼저 그 사건이 발생한 삶의 뿌리로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렌즈에 담아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들과 여인들의 흐느낌이 들려올 때 그저 곁에서 함께 울어주며, 총성이 그치면 아이들과 바람 빠진 공을 차며 놀아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매 순간 생명의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새로운 삶을 희구했고 갈망했다. 그 희망은 기도라는 성스런 행위로 이어졌고, 그것은 아비규환 속에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나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했다. 이것이 박노해 시인이 4만여 필름을 소진하며 얻은 결론이었다.

“폐허 더미에서도 협동하며 일어서는 강인한 생활력, 서로 나누고 보살피는 인간의 위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무릎 꿇는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광야의 사람들에게 나는 다만 경외의 마음을 가질 뿐입니다.”

백방에서 흐르는 냇물이 바다에 들어가면 동일한 짠 맛으로 되고 말듯이 네 가지 종족의 계급이 출가해 불제자가 되면 모두 석씨가 된다(百川入海 同一鹹味 四姓出家同一釋氏)는 말이 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는 이때에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세계일화를 마음에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02)2277-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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