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

丙戌年 夏安居 解制 法語
曹溪叢林 方丈 梵日 菩成

洞山 因僧問 寒暑到來 如何回避. 師云 何不向無寒暑處去.
僧云 如何是無寒暑處. 師云 寒時寒殺闍梨 熱時熱殺闍梨.

동산스님에게 어떤 중이 묻기를 “추위와 더위가 닥쳐오면 어떻게 피하여야 합니까?” 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왜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향해 가지 않는가?” 하였다. 중이 다시 묻기를 “어떤 것이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하니, 선사가 대답하기를 “추울 때는 그대를 춥게 하고,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하는 것이지” 하였다.

이번 안거 동안에는 장마가 길더니 더위 또한 극성스러웠다.
이런 장마와 더위를 수행하는 이들이 어떻게 견디어야 할 것인가?
어느 큰스님께 “이렇게 더울 때는 어디로 피해야 합니까?”
하고 물으니, “펄펄 끓는 가마 속이나 활활 타는 화로 속으로 피하라”고 하였다. “펄펄 끓는 가마 속이나 활활 타는 화로 속에서 어떻게 더위를 피합니까?” 하니 “온갖 고통이 다가오지 못하니라” 하였다.

오늘은 바로 입추(立秋)이면서 여름 안거가 끝나는 해제일(解制日)이라.
이제부터는 더위가 차츰 물러가고 시원함이 맑은 바람 속에 묻어 올 것이다.

더위와 추위 속에서는 더위와 추위를 보지 못하고, 더위 추위 밖에서는 온 몸이 더위 추위이니라.

우리가 신통(神通)속에 유희(遊戱)하면서 때를 맞추어 추위와 더위에 서로 상관없으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거든 그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여름을 보내고 추우면 추운대로 겨울을 보낼지어다.

蟬蛻飮淸露
流響出茂苑
非是乘晩風
堪苦聲自遠.

허물벗은 매미가 맑은 이슬 마시면서
우거진 숲속에서 시원스레 울어댄다.
저녁바람 힘을 빌려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랜 고통 참았기에 그 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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