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가 쓰는 부산불교 이야기③

사찰건축과 도심포교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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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불자가 여러 절에 소속된다. 한 가족이 모두 같은 절을 다니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하면 재적 사찰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아마도 불교가 가지고 있는 신행의 방법의 특성 때문이다. 초하루 혹은 보름 법회나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의 재일을 통해 대중 법회에 참석하거나 특별한 경우 개인 기도를 올리는 것이 보통 불자의 신행 방법이다. 결국 개인 기도를 통한 신행이기 때문에 한 절에 대한 소속감이 뚜렷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여 진다. 불교도 이제는 신도교육을 통해 재적 사찰에 대한 소속감을 가진 신행 생활을 해야만 사찰 운영이나 포교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창출될 수 있다.


# 법회 공간의 현실

30년 전 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법회 때나 지금의 법회가 달라진 것이 있을까? 지금도 법사 자격으로 법회에 참석하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는듯 하다.

어떤 절은 한겨울에도 난방이 되지 않는 대웅전에서 난로도 켜지 않고 법회를 보기도 한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찬불가를 부르는 절은 몇 군데나 있을까?

어린이 법회나 청소년·청년 법회가 점점 없어져 간다고 걱정들을 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절이다.

요즘 아이들은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못하다.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책상에서 공부를 한다. 이런 아이들을 마루바닥에 앉혀 놓고 몇 시간 법회를 보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고행을 강요하는 것이다.

화이트보드도 없이 육성만으로 진행하는 건 요즘 첨단기기로 살아가는 젊은이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다. 개신교의 경우 아무리 개척교회라 하더라도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을 최첨단으로 갖추고 집회를 하고 있다. 목사가 말을 잘 못하더라도 각종 자료를 통해 풍부한 내용의 설교를 진행할 수 있다.

절은 어떤가? 부산에서 제법 크다는 절에서도 영상시스템을 갖추고 법회를 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인도성지와 세계적인 불적지를 영상을 통해 보면서 법회를 진행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성철 스님을 비롯한 열반하신 큰스님의 법문을 지금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의 법문도 자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절에는 아직 현대를 살아가는 문명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실에서 신도교육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나 요원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 앞서가는 절

이런 속에서도 오래 전부터 앞서가는 절이 있다.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와 서울 양재동의 능인선원이다. 두 절은 ‘한복 스타일’을 벗고 ‘양복’을 입은 절로서 신도수도 수십 만 명 단위다.

구룡사는 한 건물 안에 소극장과 출판사까지 갖춘 이색적인 절로서 주 출입구에는 자동문을 설치한 최첨단 사찰이다. 또 큰 법당에서 애기 법당, 다목적 홀과 휴게시설, 회의실까지 갖춘 시대에 맞춰가는 절이라 하겠다.

능인선원의 경우는 더 독특하다. 어떻게 20여만 명의 신도를 모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풀 수 있는 비밀은, 현대인의 생활에 맞춘 사찰 구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상에는 사회 복지관, 지하에는 사찰로 구성된 최첨단 현대식 건축물이다. 사회복지사업을 통해 자비를 실천하면서 불법을 공부하는 내용만 전통을 이어가고 나머지는 전부 현대생활에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절의 성공 사례는 서울에서 현대식 사찰을 창건하는 좋은 시작이 되었지만 아직 현대에 맞는 사찰을 보편화시키는 기폭제는 되지 못한 듯하다. 이 두 사찰은 이런 기능시설들을 통해 신도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어 신도들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재적 신도들의 힘은 두 사찰이 지역 사회나 교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에도 최근 안국선원이 현대식 사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찰의 이미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현대인에 맞는 현대식 사찰은 법회를 정착시켜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과 남자 신도를 오게 하고 신도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 시대에 맞는 사찰의 형식

필자의 직업이 건축사인 관계로 사찰 설계를 의뢰받으면 필히 신도를 위한 공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신도들의 교육 공간,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위한 소법회실, 다목적 홀, 신도단체 사무실, 휴게 공간 등이다. 아직 이러한 공간을 제대로 설치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절을 의뢰받지 못했지만 200~300평이면 다양한 기능이 갖춰진 도시형 사찰을 구성할 수 있도록 연구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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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양한 공간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절은 꼭 기와집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아직 이 부분에서 스님들의 양보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기와집이 아니면 절이 아니라며 설계가 취소된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범어사 설법전의 경우에도 이층 목조부분은 전통사찰이라 기와집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층 부분은 기단으로 해석하여 외관 디자인을 하고 내부를 대형 강당으로 쓸 수 있게 하여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을 갖추었더라면 질 높은 법회를 볼 수 있는 효과적인 건축물이 되었을 것이다.

주 5일 근무제로 바뀐 뒤로 여가시간을 보낼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이만한 곳이 있을까? 산중에 있는 사찰만 템플스테이를 할 것이 아니라 도시 사찰 어디에서도 신도들을 위한 공간을 갖추기만 한다면 훌륭한 프로그램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신도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속감이 높은 신도들을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이를 통한 적극적인 포교가 가능해질 것이라 믿는다. 신도들에게 내 절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이 시대에 맞는 새 절이 지어지기를 불보살 전에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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