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쓰는 부산불교 이야기① 출판ㆍ문화

‘불교도시’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부산. 신행과 문화, 포교를 위한 인프라가 어느 지역보다 단단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산불교의 현장이 마냥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다양해져 가는 신행과 수행의 패턴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부산불교계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보는 현실은 어또한지,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초청 법사의 법문은 이랬다. “스님과 일반인이 거리에서 싸움이 붙습니다. 그럴 때, 충청지역이나 호남지역에서의 반응은 ‘아니, 스님이 수행은 안하고 거리에서 쌈질을 하고 있네’ 라고 하고, 부산과 경상도 지역에서의 반응은 ‘아니, 속인이 스님께 덤비고 있네’ 라는 각각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경상도 지역의 불자들이 ‘전국의 절을 다 먹여 살린다’는 우스개 말도 있다. 이것이 부산불교의 현주소이며 부산불교를 대변하는 단적인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실은 부산불교가 그렇게 활성화의 일로를 달린다거나 실속있는 정서만을 지닌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장을 뛰는 각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런 발전 가능성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들도 있다. 최근 부쩍 도약하고 있는 출판과 문화 예술활동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우선 부산의 불교출판 시장이 서울 중심의 출판문화를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먼저 불교 출판 분야에 뛰어든 곳은 대한기획(사장 김주환)이다. 대한기획은 1980년대 후반 기획출판사로 문을 열었다. 창립 초기에는 비교적 많은 사찰이나 단체의 기획물을 작업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단행본 위주의 서적과 경전을 주로 발간하는 업체로 우뚝 섰다. 대한기획은 구매율이 저조하다는 종교출판, 특히 불교출판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시장성을 확보했다.

그런 가운데 비교적 후발주자로 꼽히는 신예 출판사 현대북스(대표 오세룡)가 출판업계에 맞불을 붙이고 있다. 2000년 창립, 월 평균 3권의 단행본을 발간하고 있다. 평균치로 환산하자면 대한기획을 앞지른다.
또 현대북스는 지역출판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에 사무실을 두어 중앙의 출판권을 확보하는 등 나름의 발전 방향을 꾀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두 번째로 불교출판시장에 뛰어든 도서출판 무량수(대표 주영배)는 1991년 창립된 회사로 다량의 기획물과 함께 서적을 발간하는 출판사로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무량수는 단행본의 출간은 연 2권 정도로 그리 많지 않으나 법요집과 경전, 사찰 사보 출판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불교 기획물에 있어 단연 1위를 고수하는 출판사다.

1999년 월간 <맑은소리 맑은나라>라는 불교 월간지를 발행하며 동명의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도서출판 맑은소리 맑은나라는 단행본과 함께 사찰 사보 전문 출판사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불교용품을 취급하는 도서출판 백광(대표 김수현)과 군소 출판사가 경전 위주의 출판을 맡아 출판시장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문화계를 들여다보자. 부산에는 불교문인협회(회장 양원식)가 있어 불교 문인들의 우의를 다지고 그들만의 문학성을 담은 도서를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기해 시집을 발간, 무가지로 배포하는 등 소신 있는 활동으로 불교문인들의 명분을 쌓고 있다.

부산불교합창단연합회(회장 김귀련)는 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조직으로 크고 작은 불교 행사에서 그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부산불교합창단연합회는 부산 시내 사찰과 신행단체 소속의 35개 합창단 1600명 단원들의 연합체로, 지난 5월에는 합창단장의 이름을 건 찬불가 경연대회를 여는 등 찬불가 보급 및 수준 향상에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부산에서는 유일한 불교 남성 중창단인 청공(단장 정성민)은 2004년 1월 발족돼 부산불교 음악 발전에 일조를 하고 있다. 청공의 멤버들은 이미 사찰 합창단의 지휘와 반주를 하며 불교 정서를 고스란히 익힌 사람들로 다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 상반기만도 20여 차례의 초청 공연을 하는 등 전문 불교 중창단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처럼 출판과 음악이라는 특별 장르이긴 하나 부산의 출판과 음악은 불심의 수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업체들과 합창단의 경우, 겉으로 비쳐지는 것처럼 그다지 화려하거나 흑자를 내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출판사들은 문화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아직도 적자인 업체도 있으며 이제야 비로소 적자수위를 면한 곳도 있다.

합창단의 경우도 부산불교합창단연합회는 직업적인 합창단이 아니라 신행단체로서의 활동이기에 경제활동을 결부짓지 않아도 되지만 청공의 경우는 다소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생활인이기에 보장되어야 할 경제활동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들은 부르면 달려가 해조음을 들려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부산 불교 집안의 젊은 에너지인 셈이다.

문서를 통한, 혹은 소리를 통한 포교의 전략은 사실 그 경계를 두지 않는다. 적자를 가까스로 면한 그들 문화인들은 모두 신심을 저변에 깔고 있기에 경영난을 꿋꿋하게 불심으로 극복한 인물들이다.

무용과 연극분야는 여전히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한 때는 전국의 무용제와 연극제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불교문화의 한 획을 그은 저력이 있어 언젠가 다시 그 힘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이른바 신행 단체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부산은 지금 많은 신행단체들이 창립되고 나름의 활동반경을 넓히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어느 법사스님의 법문처럼 그래도 포교하기 좋은 곳이 부산이고 경상권이라면 우리들이 터를 닦고 있는 부산불교의 현주소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얘기이다. 출판·문화·예술계의 변화도 바로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틈새찾기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중 속으로. 그것이 얼마나 가깝고 먼 길인지는 관망이 아닌 참여에서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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