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특집]어린이 마음 부처님 마음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단순히 어린이 불자들이 ‘불교’라는 종교를 이끌어갈 동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슴속에 깃든 불성(佛性)을 아무런 편견 없이 발현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삶의 지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유ㆍ청소년기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사찰 어린이 법회에서 부처님과의 인연을 소중히 받아들이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어린이 포교사’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우리들이 읽을 불서 더 많았으면…"
최은하(서울 조계사 어린이회 회장)

최은하 어린이.


“어린이 법회는 어른들 법회처럼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아요. 최근 유행하는 ‘꼭짓점 댄스’도 배울 수 있어요.”

서울 조계사(주지 원담) 어린이회 회장 최은하(12·행남초 6)양. 학교 방송반 아나운서답게 똑 부러지는 말투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6월부터 조계사 어린이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은하는 일요일이면 새벽부터 분주하다. 동생 보문(8)이와 동훈(7)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조계사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저희 반에서 일요일에 절에 가는 친구는 딱 두 명 뿐이에요. 하지만 절이 얼마나 재밌는 곳인지 알게 되면 더 많은 친구들이 올 수 있을 거예요. 벌써 두 명이나 저랑 같이 어린이 법회에 다니고 있는걸요.”

법회를 진행하거나 동생들을 챙기는 데 남다른 책임감을 발휘하는 은하. 친구들도 은하의 이런 점을 좋아해 올해 3월에는 어린이법회 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회장이 되고 보니 법회에 더 많은 친구들을 데려오고 싶고 좀 더 넓은 법당에서 법회를 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은하의 더 큰 바람은 따로 있었다.

“저희들이 읽을 수 있는 어린이 불서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읽는 책은 한자도 많고 어렵거든요.”

장래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아나운서나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은하의 꿈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여수령 기자




"여름 수련회에 친구 10명 데려갔어요"
임수완(대구 삼보사 어린이회)

임수완 어린이.


매주 일요일 대구 삼보사(주지 등운) 어린이 법회시간, 수완이의 집탁에 맞춰 어린이법회가 진행된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서 집탁을 맡게 된 임수완(10·구평남부초 3)양은 스님처럼 목탁을 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다.

수완이는 6살 때부터 어린이법회에 참석했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매사 마음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뭇 생명들이 얼마나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간혹 친구들이 수완이에게 나쁜 마음을 내도 이해심을 발휘한다. 심지어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 절에 다닌다고 ‘마귀’라고 부를 때조차도 침착하게 대처한다.

“처음에는 화가 나서 같이 나쁜 말을 했는데요, 친구들이 잘 몰라 그렇게 말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같이 화내지 않고 다시 차근히 설명을 해줘요. ‘내가 마귀냐, 다시 잘 봐라. 사람이다’라고요”

수완이는 학교친구들에게 같이 절에 가 보자는 권유를 자주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무려 10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수련회에 간 적도 있다. 부처님의 지혜로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큰 보시라고 스님이 말했고, 같이 간 친구들도 무척 좋아했다.

구미로 이사갔지만 매주 대구 삼보사를 찾는 수완이는 “주위에 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친구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대구=배지선 기자





"108배는 물론 1080배도 잘해요"
김승룡(광주 원각사 어린이회)

김승룡 어린이.


광주 충장로 도심 속에 자리한 원각사(주지 도제) 어린이 법회에 다니는 김승룡(10·대성초 3)군.

승룡이는 학교에서 ‘짱’으로 불린다. 장난은 물론 공부든 놀이든 누구에게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승룡이는 부모님 계시는 집이나 친구가 많은 학교보다 부처님 계시는 절을 더 좋아한다.

“부처님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몰라요. 그냥 절에 오면 좋아요”
어려서부터 부모따라 절에 다녔기에 어색함은 없다. 부처님에게 절을 많이 하면 좋다기에 절하는 것을 좋아한다. 108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1080배도 몇 차례 했다.

그래서인지 원각사에서 절을 제일 잘한다고 정평이 났다. 승룡이가 절하는 것을 보면 어찌나 예쁘고 정성스러운지, 보는 이도 신심이 절로 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시험보기 전날 절에서 108배를 했다. 결과는 ‘전 과목 백점’이었다. 그날 이후, 승룡이는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부처님은 확실히 승룡이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것이다.

원각사 주지 도제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 법회는 아이들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님 성품을 구김 없이 드러내어 쓰도록 합니다.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기보다 손잡고 사찰을 찾아야 합니다.”

원각사 어린이법회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요일마다 요가, 종이접기, 민요배우기, 주지스님과 함께하는 야외법회가 돌아가면서 진행된다.

“처음엔 악동이었어요. 승룡이 옆에 가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법회에 나오면서 의젓해졌어요.”

어린이법회 초대 지도교사 이대종 선생이 “장난꾸러기 승룡이가 친구들도 법회에 데리고 온다”며 귀띔한다.

승룡이는 ‘절에 가면 착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다. 함께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얼마나 함께 절에 가자 얘기했는지 모른다. 때로는 절에까지 오는 버스비도 내준다.

“저는 뭐든지 너무 빨리 하려고 해요. 절을 하면서 ‘급하지 않고 천천히 하겠다’고 부처님과 약속해요.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에요. 부처님은 항상 제가 하는 부탁을 들어주시니까요.”
그렇게 승룡이는 부처님을 서서히 닮아가고 있다.
광주=이준엽 기자





"훌륭한 말씀 친구들에게 전할래요"
김혜린(진해 대광사 어린이회 회장)

김혜린 어린이.


“부처님 말씀은 다른 사람들 말씀보다 더 훌륭하니까 친구들한테 전해주고 싶어요.”

진해 대광사(주지 운성) 어린이회 회장인 김혜린(12·대야초 5)양. 혜린이는 친구들한테 부처님 얘기와 법회 얘기를 자주 한다. 혜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법회에 다니는 친구도 여럿이다.

“여러 친구들한테 법회에 가자고 얘기해보지만 안 오는 친구들도 있고, 또 왔다가 안 나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부처님 말씀을 자꾸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정(入靜)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또 법회에서 재미있는 것도 많이 하니까 자꾸 친구들한테 얘기를 하게 돼요.”

보통 6학년이 회장을 맡지만 혜린이는 회장이 되고 싶어 한해 일찍 회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일곱 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법회에 다니기 시작한 혜린이는 어린이회의 ‘왕고참’이어서 회장을 하기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부처님 말씀도 전하고 아이들에게 지혜롭게 사는 길을 알려주는 좋은 선생님이 될 거예요.”
평소 수줍음이 많은 혜린이지만, 법회가 시작되자 마이크를 잡고 법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당차다.

“법회 인원이 많지 않아 걱정”이라며 제법 어른스런 걱정을 하는 혜린이는 “부처님 말씀을 자랑하며 친구들을 많이 데려 오겠다”며 고운 두손으로 합장했다.
진해=천미희 기자





"재밌는 행사도 많고 집처럼 편해요"
강성민(대구 보현사 어린이회 회장)

강성민 어린이.


불교 어린이회 회장으로 동생들을 잘 돌보며 미래 어린이법회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강성민(13·용지초 6)양. 대구 반월당 보현사(주지 원일) 어린이회에 다니는 성민이는 5학년 때부터 6학년을 제치고 회장에 뽑힐 만큼 인기가 높고 동생들을 잘 돌보며 어린이회를 이끌어 스님과 선생님의 든든한 희망이다.

보현사 학생회와 청년회를 나온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절에 다녔다는 성민이는 아버지가 보현사 청년회장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버지처럼 훌륭한 불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요. 특히 입정시간에는 일주일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도움이 많이 돼요”. 어린이 법회도 다부지게 이끌고 있는 성민이는 법회를 모르는 친구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친구들이 보통 교회만 재밌고 절에는 어른들, 할머니들만 다니는 줄 아는데 그것은 옛말이예요. ‘공명조의 이야기’라는 어린이 찬불가가 있는데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또 어린이회에서는 게임도 하고 재밌는 행사도 많아요. 그러면서도 집처럼 편안해요. 언제든지 찾아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거든요.”

연등축제 때 가지고 나가기 위해 직접 만든 팔각등에는 성민이의 꿈과 희망이 적혀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팔각등도 곱고 성민이 마음도 곱다.
대구=배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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