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종정 혜암스님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직후 주석하고 있는 동화사 비로암에서 기자를 만난 범룡스님은 무엇보다 계율의 수지를 강조했다.

스님은 “참선을 배우러오는 자들에게 5계의 수지 여부를 먼저 묻는 것은 참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계율이 청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불자들은 늘 부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종단사태와 관련, “승가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각자가 가진 업연의 소치 때문”이라며 “부처님께서도 ‘중생이 이미 지은 업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를 범했다할지라도 진심으로 참회하면 구제될 수가 있다”면서 참회정진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또한 계율의 현대적 변용에 대해서는 “미륵부처님이 와서 고치면 모를까 아무나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스님은 “마음은 생주이멸하고 육체는 생노병사하며 우주는 성주괴공한다”면서 “깨달음이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곧 꿈속임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강경의 한구절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허망한 것이니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부처를 본다)’를 언급한 뒤 ‘약견제상실상(實相)이면 즉견여래’라는 스님의 견해를 피력했다.

하루 3시간 정도밖에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는 스님은 “결제시기에 돌아다니는 스님은 돌팔이중”이라며 정진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인간수명이 원래 120세인데 과음하고 공상하며 색을 밝히는 까닭에 제명대로 살지 못한다”면서 일반불자들도 절제하는 생활태도를 견지할 것을 당부했다. 범룡스님은 끝으로 수행자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 모든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할 것)’을 강조한 뒤 성인의 경계에 도달하기 전에는 함부로 막행막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1914년 평남 맹산에서 출생한 범룡스님은 41년 상원사에서 한암스님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유점사 승가대 대교과를 졸업했다. 48년 상원사 승려수련소 수료 후 수덕사 범어사 해인사 등 제방 선원에서 수십 안거를 성만했다. 동화사 주지, 봉암사 조실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화사 비로암에 주석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전계대화상이란



스님배출 戒壇관장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은 계단의 설치와 운영, 수계식 등을 관장한다. 전계대화상은 원로회의의 추천에 의해 종정이 위촉한다. 임기는 3년,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 종정(宗正)이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고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지녔다면, 전계대화상은 스님을 배출하는 계단(戒壇)을 관장한다.


계단에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 결정하기 위한 계단위원회가 있는데, 전계대화상은 계단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장이 되고 계단의 주요 구성요건인 3사(갈마아사리, 교수아사리, 증계아사리)와 7증사(證師)를 위촉한다.


조계종은 지난 81년 전계의 엄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단일계단을 마련했으며, 출가자는 단일계단을 통해야 승려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범룡스님은 자운, 고암, 석주, 일타, 청하스님의 뒤를 이어 6대 전계대화상에 위촉됐다. 전계대화상은 법랍 45년, 세수 65세 이상이 되어야 위촉 자격이 부여된다.




199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