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최초의 계율 입문서인 석전 스님(1870∼1948·박한영)의 <계학약전>을 오늘의 감성에 맞게 교감·역해(譯解)한 <계학약전 주해>(동국대역경원)가 출간됐다.

<계학약전>은 <사분율>, <법망경> 등 한국불교 전통 계율을 간추린 책으로, 효탄(동국대 강사) 스님이 이 책의 등사본 원본을 입수, 1년 6개월간의 연구 과정을 통해 현대적 언어로 새롭게 꾸민 주해본(本)을 발간한 것이다.

<계학약전>은 일본불교의 혼인·육식의 풍토가 은연중 한국불교에 스며들기 시작한 일제 강점기에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당시 한국불교계는 혼인·육식 등의 문제에 대해 '금지' '수용' 등의 이견이 서로 맞서고 있었다. 특히 만해 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의 '불교의 앞날과 승려의 결혼과의 관계'에서 대처를 장려해, 이 논쟁에 불을 당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전 스님은 부처님의 법문을 축약해 누구나 한 눈에 읽고 전통의 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펴내고, 당시 몸담고 있던 중앙불교전문학교의 계율학 교재로 삼았다.

효탄 스님은 "이 책은 일본불교의 영향에서 한국불교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당시 스님의 정신은 물론 오늘의 승가를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학약전 주해>는 총 74장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제1장 총서계체, 제2장 별현계상, 제3장 결권수학으로 구성되었으며, '석전 박한영의 <계학약전>과 역사적 성격'이라는 저자의 논문도 수록했다. 값 8천원.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