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통치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외로 유출된 불교 관련 고문서가 자그마치 1만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저명한 세계 고문서 컬렉터인 노르웨이의 마르틴 쉐이엔이 최근 자신의 소장품 모두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드러난 것이다.
그 중에는 '불교의 사해문서'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AD 1세기 께의 고문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는 대체로 1세기~6세기 쓰여진 문서들이 주류인데 그가 원하는 가격은 7천만파운드(약 1천3백억원)이며, 가급적 노르웨이 정부가 사들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쉐이엔은 이 돈을 기금으로 인권운동을 벌일 뜻을 밝혔다.

불법 유출된 문화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지난해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 석불을 파괴하는 만행을 목격한 터라 비난의 목소리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
오히려 학자들 사이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노르웨이에서 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쉐이엔 라이브러리의 경우 지금까지 학자들에게 소장품을 접할 기회를 주는 한편 귀중한 소장품들을 책으로 엮어왔는데, 그런 노력이 높이 평가받아 학계의 반발이 적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문서들도 몇 년 안에 모두 10권의 책으로 묶어진다.

쉐이엔 라이브러리는 성명을 통해 "불교관련 고문서들을 책으로 묶는 작업을 끝내고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와 질서, 종교적 관용이 정착하는 대로 돌려줄 용의가 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분석해 볼 때 불행하게도 앞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은 이 문서들을 보관할 적절한 장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고문서들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96년이었다. 탈레반 정권에 쫓겨 바미안 지역까지 밀려난 사람들이 낭떠러지 곳곳의 동굴로 숨어들었다가 거기서 고문서들을 우연히 발견해 파키스탄으로 빼돌렸다고 한다.

그것이 다시 영국의 전문가들을 거쳐 지난 7월까지 모두 열다섯 차례 쉐이엔 라이브러리로 들어갔다. 온전한 형태의 불경이 8권이며 그 중에는 세계 최고(最古)의 불경이 들어 있다.
대부분 종려나무 잎이나 자작나무 껍질에 쓰여졌다고 한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