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눈뜨고 앉아 당할 수는 없다.’

해마다 줄지 않는 불교문화재 도난에 시달리던 조계종이 드디어 방범 시설 강화에 나섰다. 변변한 경보시설이나 비상벨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사찰에 무인 경비 시스템 설치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최근 종단 소속 사찰에 방범·방화 감지시설을 설치할 경비업체 5곳을 선정ㆍ공고했다. 조계종 소속 2000여 사찰은 지난 7월 제정, 공포된 ‘방범·방화에 관한 령’에 따라 이 5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을 선정, 내년 4월까지 방범·방화 감지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방범·방화 감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성보 도난이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찰 주지는 승려법(47조 1호, 48조 11호, 51조 7호)에 따라 중과실 또는 고의 책임을 물어 징계에 회부된다. 성보를 도난 당한 사찰의 주지에게는 면직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승려법으로 규정돼 있다.


◆어떻게 선정했나?

현장 실태 조사 등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조계종 총무원은 올 7월 10일 ‘방범·방화에 관한 령’을 제정, 공포했다. 과다 경쟁을 막고 사찰에 적합한 방범방 구축을 위해 7월 23일 방범경비업체를 공개 모집해 에스원, 캡스 등 7개 업체를 선정했다. 8월에는 사찰에 적합한 방범방 구축을 위해 도 단위로 8개 시범사찰에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했다.

8월 말 모의 도난훈련 결과 등을 종합해 에스원, 에스오케이, 현대안전공사, 세파치서울시, 고려정보통신 등 5개 업체를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사찰이 총무원에서 인증한 업체를 통해 방범·방화 시설을 설치할 경우 월 25%의 용역료 할인과 보험가입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을 설치해야 하나?

내년 4월까지 사찰이 설치해야 하는 것은 무인 경비 시스템이다. 대웅전 등 전각 내부에 설치하는 것과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있다. 출입문 등에 설치하는 잠금 장치는 가장 기본이다. 문이나 창 등 열고 닫는 장소에 설치해서 침입자를 감지하는 방범 센서도 방범 감지시설에서는 포함되어 있다.

온도 차이에 의해 내부 침입 여부를 식별하는 열 감지기도 당연히 설치해야 한다. 탱화나 불상 등 분리해서 움직일 수 있는 성보에는 분리 감지 장치나 추적기 등을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방범·방화에 관한 령’은 소속 사찰을 사격에 따라 네 단계로 분류해 설치해야 할 시설에 차이를 두고 있다. ‘가’군에 속하는 79개 사찰은 내년 7월까지 화상 감시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지정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사찰로 교구본사, 직영사찰, 특별분담금 사찰, 관람료 사찰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정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280여 사찰(‘나’군)은 2003년 7월까지 설치하면 된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를 위해 최근 참여업체 모집 공고를 낸 바 있다.


◆어떻게 운영되나?

침입상황이 발생하면 경보음과 함께 방범 경비업체의 중앙 관제실로 상황이 접수된다. 관제실에서는 사찰 관리인에게 통보함과 동시에 관할 경찰서에도 침입 상황을 알리게 된다.

문화재가 있는 사찰의 경우 지난 9월 출범한 우리 문화재 지킴이 담당 경찰과 비상 연락망이 설치돼 있어, 즉각 출동하게 돼 있다.

‘방범·방화에 관한 령’에 따르면 중앙 교무기관과 교구본사, 사찰의 주지는 방범·방화 관리자를 임명해야 하며 교구본사는 년 1회 이상 방범·방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비용

총무원은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방범 시스템은 시범 운용과 모의 테스트 등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설계해 규모가 작은 사찰에서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사찰이 기본적으로 설치하는 잠금장치, 열 감지기, 자석 감지기 등을 설치하는 데는 100만원 정도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무원은 문화재청 등과 협의, 경보 장치 설치에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완주 송광사의 경우 문화재청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보안 장치를 설치한 예가 있다.

◆문제점

8개 시범 사찰을 대상으로 지난 8월 실시됐던 모의 방범 훈련 결과는 일단 만족스러웠다. 경비업체와 경찰의 신속한 출동으로 초동수사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새벽 예불을 위해 방범·방화 감지시설을 해제하는 새벽 2시경부터 새벽 예불이 끝나는 새벽 4시 사이가 취약 시간으로 나타났다.

모의 훈련 당시 실제로 한 사찰에서는 경비원이 방범시설을 해제하고 다른 전각의 문을 열기 위해 이동한 사이 모의 침투 요원이 성보 한 점을 훔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표>조계종 총무원 인증 방범·방화 설치 업체
(주)에스원 (02)3287-3824
198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스템 경비 시작. 전국 규모 통신 네트워크 구축.

(주)에스오케이 (02)409-6915
1981년 설립. 시큐어 소트트 ‘수호신’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K4인증.

(주)현대안전공사 (02)533-5636
2000년 설립. 침입자를 외부에서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시스템.

(주)세파치 (02)571-0487
1991년 디지털 영상 감시 시스템 구축. 사후 보상 용이.

(주)고려정보통신 (02)2105-0190
1998년 설립. 이상 감지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휴대전화에 통보하는 홈케어 서비스 제공.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