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지면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상수원을 찾고 있던 중, 대구 위천공단건설계획이 발표됨으로서 낙동강수질개선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결국 대체상수원으로 함양군 문정댐을 걸설한다는 방침을 1997년 발표했다.

건설 예정지는 구례와 함양, 산청을 잇는 지리산 북쪽사면의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 있는 곳이다. 만약 댐이 건설되면 유명한 중산리계곡과 달궁계곡, 뱀사골, 백무동계곡은 지형이 달라지며, 벽송사, 서암, 금대암, 영선사 등의 진입도로가 수몰되어 고립될 것이며, 사찰의 목조건축물과 벽송사의 목장승, 실상사의 철불을 비롯한 부도, 탑 등 모두 15개 사찰의 피해가 예상된다. 나아가 생태계가 파괴되고, 신도들과 탐방객들이 휠씬 더 사찰에 접근을 어렵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 댐이 지어지면 실상사 앞 약 200m까지 물이 들어찰 것으로 예측된다.

지리산은 이미 거대한 역사적 두께가 쌓인 곳이며 산 그 자체가 역사유적이자 문화유적이다. 또한 남한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종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댐이 들어서면 엄청난 물이 채워져서 인근의 기온을 낮추어 생태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며, 안개가 많이 발생하여 곡식과 식물생장에 큰 피해를 준다. 뿐만 아니라 공사를 위해서는 새롭게 이설도로공사를 해야 하는데, 결국 울창한 숲이 대규모로 잘려나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된다. 약 10년의 공사기간 동안 온갖 소음과 먼지가 휘날리면서 인근지역에 줄 피해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당장의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낙동강의 정화를 포기하고, 동시에 지리산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후된 상수관만을 교체해도 동강댐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노후상수관의 누수율은 16% 정도가 되고 이 문제만 해결해도 연간 6억톤 이상의 용수가 절약된다. 그리고 중수도시설을 통해 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물절약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며, 수자원관리기구를 일원화하면 실질적으로 낙동강의 수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초기부터 확고하게 대응해야 더욱 문제가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전국의 교구본사 사찰주지회의에서도 이미 반대입장을 천명했고, 환경단체의 모임인 한국환경사회단체회의에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리산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자들의 단합된 힘으로 지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립공원이나 산림이 파괴되면 이는 곧 생태환경문제 뿐아니라 불교의 수행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