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때 머리가 걸리지 않고, 앉을 때 무릎이 용납되고 또 빗물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안거하는 장소가 호화스러워서는 안됨을 지적한 말이다. 초기불교의 안거 장소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한가지는 작은 방, 산 속의 토굴, 썩은 통나무, 외양간 등 조용한 장소이고, 또 다른 한가지는 소먹이는 사람과 장사하는 상인을 따라 안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안거 장소도 있었다. 속이 빈 나무, 노천, 앉는 자리와 눕는 자리가 없는 곳 등이 바로 그곳이다.

태원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이 내놓은 <초기불교 교단생활>(운주사)은 부처님 재세시와 열반 직후의 초기불교 교단의 여러 생활상을 문헌상의 근거들을 토대로 살피고 있다.

초기교단의 구성과 출가 및 구족계제도에서부터 승가의 생활과 승원의 구조적 변천, 승가에서 의지한 네 가지 법, 승단 안의 법체계 형성, 승가갈마에 의한 교단 통제 등이 이 책의 뼈대이다. 이를 바탕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정한 제도와 구조, 생활모습 등 초기불교의 승가 생활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출가5부중의 구성과정과 자격, 그리고 변천사, 승원(가람)의 초기형태부터 정사까지의 변화과정, 음식의 종류와 공양법, 가사의 동기와 종류, 계율의 제정동기와 종류 등이 그중 하나이다.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우리 나라 불교계가 귀감을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스님의 근본 정신 망각으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가 하면, 불교 전체가 외면 당하는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부처님 재세시 승단의 제도를 지키며 생활하고 또 출가의 근본 정신에 의한 수행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스님들 스스로가 초기불교로 돌아 때 승단은 안정과 청정한 승단이 이룩돼 많은 성자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값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