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재연구원과 경기도박물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양주 회암사지 4차 발굴조사(단장 장경호)에서 고려말~조선 전기의 건물지와 각종 시설물들이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발굴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월 24일 현장설명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건물지 18개소를 새로이 확인, 조사함으로써 회암사지에서 노출된 건물지는 41개소에 이른다. 이번에 조사된 건물지의 배치는 고려말 회암사 중창시 목은 이색이 기록한 건물지 배치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 조선시대 이래로 왕실의 재정적 도움 하에 중수, 중창이 빈번하면서 건물지 배치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암사의 중심 법당인 보광전 건물지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 현재 노출된 보광전 건물지로 중축되기 이전의 고려시대 보광전 건물지를 확인했다.

이번 발굴조사는 경기도와 양주군에서 공동으로 추진 중인 유적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01년 7월 8일부터 회암사지 5단지 동쪽 지역과 4단지(조사 면적: 2,050평)를 조사했다.

새로 발견된 건물지에서 확인된 탁상식 구들시설은 한국 고건축사에 있어 흔하지 않은 구조라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의 구들 시설은 침상과 같이 바닥면보다 높게 구들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세계건축사전에 오른 바 있는 경남 하동 칠불사의 “亞”字 방과 유사한 구조이다. 그러나 회암사지에서 조사된 구들 시설이 칠불사의 “亞”字 방의 구들 시설보다 규모에 있어서 훨씬 크고 그 구조도 더욱 더 정교한 건축 기술이 적용되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물지 이외에도 조명 시설에 해당되는 것으로 송진을 태워 불을 밝혔던 정료대 6개소가 거의 원상에 가깝게 조사됐다. 각 단지 내에 내린 빗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의 배수로를 통하여 아랫 단지로 배출되게 하는 하수도 시설이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다.

출토 기와 중에는 용 또는 봉황이 새겨진 막새기가 주종을 이루었는데 이는 일반 사찰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으로 왕실 사찰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광주 관요에서 제작된 왕실용 자기들이 주로 출토되었는데, 이 가운데에는 1611년 광주 탄벌리 가마터에서 제작된 자기들이 포함되어 있어 회암사 폐사 이후 복구 과정에서도 왕실의 재정적 도움은 지속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타 4단지 문지에서는 사천왕상으로 추정되는 조각상에 장식되었던 다양한 소조품들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는데, 여기에는 붉은 칠을 하거나 금으로 채색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출토된 석제 벼루 가운데에는 구름과 새를 양각한 것이 있는데, 그 예술성에 있어서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부디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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