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석보 팔상도 판화를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다룬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지금까지 월인석보는 불교학, 국어학, 서지학 분야에서 주로 다뤄 왔다.

11월 3일 충남 공주 계룡사 갑사(주지 장곡)에서 열린 갑사 개산대제 기념 학술대회 ‘<월인석보>의 문화사적 조명’에서 박도화(동국대 강사) 씨는 ‘월인석보 팔상도 판화의 도상 특징과 미술사적 의의’를 발표했다.

박 씨는 주제발표에서 “우리 나라 불화의 도상은 불전 변상도를 통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중국의 불전 변상도에서는 월인석보 팔상도 도상의 직접적인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며 “현존하는 우리 나라 최고(最古)의 팔상도인 월인석보 팔상도의 도상은 우리 나라 독자적인 양식”이라고 밝혔다. 중국 명대 불전벽화들을 검토한 박 씨에 따르면, 월인석보 팔상도 판화뿐 아니라 국내 전하는 팔상도는 8폭으로 형식이 고정돼 있는 데 비해 중국 명대의 불전도는 84폭, 209폭 등 형식이 일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씨는 이어 “국내에 전하는 18세기 이후의 팔상도에도 월인석보 팔상도 판화의 제목과 기본 도상이 계승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월인석보 팔상도 판화는 그 도상이 조선후기 팔상도로 계승된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 팔상도 도상의 연원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가장 오래된 팔상도인 월인석보 팔상도가 제작된 15세기 중엽에서 18세기 사이의 팔상도는 전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팔상도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는다고 박 씨는 덧붙였다.

박 씨는 또한 월인석보 초간본의 본문은 1459년에 판각됐지만, 팔상도는 석보상절 초간본이 간행된 1447년에 판각된 판목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서강대학교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월인석보 초간본 판화와 석보상절의 복각본 판화를 비교해 본 결과 도상과 판의 크기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박 씨는 “편찬 시기가 1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석보상절의 판목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많은 양을 인쇄하지 않아 판목이 그다지 마모되거나 손상되지 않았다면 일종의 석보상절 증보판이랄 수 있는 월인석보를 판각하면서 굳이 팔상도를 새로 새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