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등 10여 개 종단에서는 종조로, 조계종에서는 중흥조로 모시고 있는 태고보우 국사 탄신 7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10월 4일 불교방송 3층 공개홀에서 열렸다.

한국불교 태고학회(회장 무공) 주관으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는 ‘태고보우 국사의 원융불교가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학자도 참여한 가운데 태고보우 스님의 원융사상이 한국불교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고찰했다.

권기종 교수(동국대)는 ‘한국불교에 있어서 태고 보우국사의 원융불교사상과 그 위상’이란 주제발표에서 “원효를 비롯해 의천, 지눌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승들이 원융사상을 주창했지만 태고보우의 원융사상은 한국불교에 있어서 원융사상의 종합적이고 총결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권 교수는 “선교의 원융을 주장함에 있어 지눌과 같이 주선종교(主禪從敎)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敎)이기 때문에 낮은 것이 아니라 조사의 어록까지도 포함한 언어와 문자의 표현을 낮은 단계로 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보우가 사교입선(捨敎入禪)의 태도를 취했다고 하나 차교입선(借敎入禪)의 입장을 취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태고 보우국사와 보조 지눌국사의 사상과 수행-교화법 비교연구’를 발표한 김방룡 교수(영산원불교대학)는 태고 보우와 보조 지눌의 사상적 비교를 통해 “보우가 간화선주의자라면 지눌은 선교합일주의자라 할 수 있고, 제도적 통합을 통한 회통에 치중한 보우에 비해 지눌은 사상적 회통을 꾀했다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불교계의 현실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호 스님(동국대 교수)은 ‘태고보우 선법의 중심사상과 그 수행법’을 통해 “한국선만이 갖고 있는 특성은 상당부분 보조지눌에 그 기원을 두고 있지만 한국선의 정체성, 즉 심인(心印)의 면면 전수라는 역사적 정통성의 측면을 살펴본다면 이는 당연히 태고 보우로부터 비롯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태혁 동국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한국불교는 많은 종단으로 분립되어 있으나 그 뿌리는 원효나 태고의 원융불이에 두고 있다”며 이러한 법맥이 근세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구체적 일람표를 통해 밝혔다.

오형근 동국대 명예교수는 태고 보우가 화두로 삼았던 만법귀일(萬法歸一)과 조주무자(趙州無字)의 내용을 골로자로 한 ‘태고 보우선사의 선법과 대승교화법 연구’를 발표했다.

허흥식 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공민왕시 조계종과 화엄종의 갈등’을, 중국 남경대학 홍수평 교수는 ‘원대 선종법맥에 대한 소고’에서 임제종과 조동종의 법맥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태고학회장 무공 스님은 “5교 9산을 하나로 통일시켜 고려불교가 선교양종을 통합한 단일종으로 틀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한 태고보우 국사의 사상의 기저에는 제종포괄 원융무애라는 화해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며 “소모적인 종조 논쟁에서 벗어나 이를 학술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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