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전북 익산시 금마면)의 복원작업과 관련, 석탑의 층고(層高)와 기존 석재의 재활용 여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10월 31일 고유제를 시작으로 미륵사지 서쪽 석탑의 전면 보수를 위해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6층 지붕돌까지 남아 있는 이 탑을 해체해 붕괴위험을 제거하고 현상태로 복원할 것인지 원형인 9층으로 복원할 것인지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탑의 원래 층수는 여러가지 이설이 있었으나 인근 동탑지 발굴조사 결과 9층이었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92년 당시 문화재관리국이 서탑과 규모는 같지만 완전 붕괴된 9층짜리 동탑을 복원했었다.

이에 따라 탑의 복원 방향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현재의 모습인 6층으로 할 경우 일제 때 덧씌우기한 시멘트를 걷어내고도 탑이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이 탑을 원형인 9층으로 복원할 경우 현재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형태의 탑이 세워지는 격이어서 과연 문화재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석탑을 구성하고 있는 석재의 재활용도 문제거리다.

한국건설안전기술원이 지난 98년 실시한 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탑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석재 249개중 30%인 76개만 양호한 상태여서 상당수 석재는 석탑 재축조에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축조 후 1천300여년을 버텨온 이 탑이 다시 천년을 지탱하려면 새로운 석재의 사용이 불가피하나 이렇게 되면 고색창연한 현재의 탑 모습은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미술공예연구실장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해체 및 보수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게 될 것이나 6층이냐 9층이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또 "탑의 문화재적 가치가 상실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실한 석재를 경화처리하는 등 다양한 보존처리 기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붕괴위기를 맞은 미륵사지 서탑은 1915년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남쪽과 서쪽 면 전체에 콘크리트 덧씌우기를 하고 탑석 사이 사이를 시멘트로 메워 탑을 보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1.11.0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