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학자가 무절제한 소비문화, 이윤만을 좇는 시장경제, 누적되는 빈부격차 등 현대 경제의 난제를 선(禪)의 가르침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화제의 인물은 11월 18일 한국선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선과 경제'를 발표한 홍성민(종합경제사회연구원 원장) 박사.

홍 박사는 우선 선사상 가운데 공심(空心)과 불교에서 수행의 요체로 삼는 육바라밀에 주목했다. 홍 박사에 따르면 공심은 결국 종교와 인간 생활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하나의 영역에서 즉, 인간 생활 속에서 선을 추구하고 선 속에서 인간 생활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홍박사는 "인간 생활의 한 부분인 경제 활동은 살아가는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로 삼지 말아야 한다"며 "선과 경제는 인간 생활 속에서 출발해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반야의 지혜에 도달한다는 공통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박사에 따르면 육바라밀 가운데 정진·인욕·지계·보시 등 4바라밀은 재가의 몫이고, 선정과 지혜는 승가의 몫이다. 홍 박사는 "여기에서 4바라밀은 생산, 유통, 소비, 분배 등 기본 경제활동에 해당하며, 선정과 지혜는 이러한 경제활동의 목적을 이윤보다는 윤리에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선(禪) 경제학'이라고 말했다. 선 경제학이란 부의 축적 자체를 생활 영위의 수단으로 인정하면서도, 수단을 선택하고 또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교적 가치관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홍 박사는 "4바라밀 중 현대 경제학에서 분배나 서비스로 해석할 수 있는 보시에서 '불교은행'의 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교은행은 보시의 재원을 금융화 하는 것인데, 이 재원은 단순한 이윤 추구보다는 윤리적인 동기를 갖춘 투자기법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불교은행을 서민은행으로 이용한다면 빈민구제의 개념을 넘어 하화중생이라는 부처님의 참 뜻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의 자카트(Zakhat) 은행의 경우, 약 800억 달러의 자금을 움직이고 있는 대표적인 무이자은행으로 이슬람교도의 생활 안정에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