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국보 20호)이 중병을 앓고 있다. 석재는 검게 부식되고 있고, 그 강도는 손톱에도 긁힐 정도로 약화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사실은 11월 1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김수진(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문화재위원) 교수의 다보탑 조사 보고서인 '불국사 다보탑의 훼손현황과 보존대책'에서 밝혀졌다.

김 교수가 10여 개월 동안 현장에서 다보탑의 훼손 실태를 정밀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석재에 상당량의 수분이 침투해 겨울철 결빙작용으로 파손될 위험에 처해 있고, 석재 표면에서는 화강암 훼손의 주범인 염분과 철분을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도다. 또한 석재의 접합 부분에서는 이끼와 풀이 자라고, 석재 표면에는 구멍이 뚫어져, 내부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두 차례의 해체 복원 공사로 석재의 접합 부분이 느슨해진 다보탑 중앙부의 8각 난간에서는 탑의 내부에까지 빗물을 흘러 보낼 수 있는 물길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다. 또한 지면부터 8각 난간까지 각 부위를 전자 현미경 등으로 분석한 결과, 지상 1미터 안팎으로 석재의 습도가 높았고, 표면에는 무수히 작은 구멍이 뚫리고, 난간과 갑석은 '산화망간'과 같은 대기 오염 물질에 의해 부식됐고, 심한 경우 표피가 떨어져 나갔다. 특히 해풍(海風)에 의한 염분 침투도 상당 부분 진행된 다보탑 남쪽 돌기둥의 경우, 석재가 모두 허옇게 변할 정도로 풍화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불국사는 동해안과 가까운 곳에 있어 대기 중의 염분 농도가 높은 탓에, 다보탑의 훼손 속도는 다른 곳의 석조물 훼손의 10배에 달한다"며 "다보탑의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만큼 종합적인 정밀진단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다보탑의 훼손상태에 대한 정밀한 환경광물학적 진단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조물의 훼손은 어디까지나 환경요인에 의하여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김 교수는 "부식이 심한 8각 난간의 빗물 누수 원인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8각 난간 부분은 석재의 강도나 접합 정도가 약해, 빗물이 석재의 틈을 따라 아래쪽과 내부로 흐르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김 교수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는 방습처리며, 다보탑을 덮고 있는 오염물질이며 이끼류 등을 세척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국가나 지방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유형문화재 가운데 석조문화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한 김 교수는 "비단 다보탑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석조문화재들이 관리 소홀과 자연적인 풍화로 훼손되고 있다"며 "석조문화재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석조문화재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부도를 포함한 석탑 36.5%, 마애불을 포함한 석불 26.4%, 비석 22.5% 등이 있다. 이중 국보의 53.8%, 보물의 42.7%, 중요문화재의 38.9%를 점유하고 있는 석탑의 피해가 피해가 가장 심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