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원측 스님의 <반야심경찬>에서부터 구한말 보정 스님의 <염불요문과해>에 이르기까지 국내 찬술 불서가 모두 인터넷으로 제공된다.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소장 보광·불전연구소)는 20일 '<한국불교전서> 전산화 발표회'를 열고, 총 12권의 <한국불교전서> 중에서, 먼저 전산화 한 1권(신라편), 4권(고려편)을 공개했다.

<한국불교전서>는 26년에 걸친 작업 끝에 동국대출판부가 내놓은 총서로, 신라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강백 1백 49명의 현존 저술 2백 61종을 집대성하고 있다. 따라서 불전연구소의 디지털 <한국불교전서> 사업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한국의 불서들을 검색·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21세기 불교학의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다.

불전연구소가 이번에 공개한 전산본 1·4권에는,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원효·지눌·의천 스님의 저술들을 포함되어 있어, 불교학계뿐만 아니라 종교학·철학·역사학계 등 인접 학계의 연구에까지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산본 1·4권은 불전연구소의 홈페이지(ebti.dongguk.ac.kr)에서 제공하는 '검색 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하면 열람할 수 있다. 검색 시스템은 '키워드' 검색 외에도 '등록된 키워드 목록으로 찾기', '등록된 페이지 목록으로 찾기', '등록된 제목 목록으로 찾기' 등을 제공한다. 검색 결과물은 인쇄하거나 다운로딩(가져오기)할 수 있다.

불전연구소는 전산본 1·4권을 펴내기까지, 지난해 7월부터 <한국불교전서>를 화상으로 입력해 이미지 파일로 전환하고, 문자인식 프로그램으로 한자를 인식하고, 탈자와 오자를 교정하고, 이체자를 정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밟았다. 특히 컴퓨터에서 제공하지 않는 '누락한자'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일본에서 개발한 '문자경' 폰트 체계를 도입했다. 일본의 문자경은 9만여 개의 한자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상에서 한자 입력은 '유니코드체계'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체계로는 2만여 자(字)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불서(佛書) 전산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고려대장경의 전산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려대장경연구소의 경우, 독자적인 한자 체계를 개발·사용하고 있다.

보광 스님은 "전 세계에서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한국불교전서>를 저본으로 삼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라며 의미를 밝히고, "한자를 한글·영어로 번역하고, 한자·해설 사전류를 제공하는 등의 후속 작업과 이용자의 편의를 생각하는 전산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전연구소는 <한국불교전서> 1·4권의 전산화에 이어, 2005년까지 나머지 총서의 전산화를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불전연구소는 총서에서 누락된 사기류의 전산화와 도서관·역경원·정각원을 연결하는 '동국불교네트워크'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발표회에 참석한 종림(고려대장경연구소장) 스님은 "불서 전산화의 시작은 기술자들의 몫이지만, 가치 있는 디지털 <한국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교학자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