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의 계보를 잇는 라캉, 데리다, 들뢰즈, 가타리 등의 사유에서 불교적 세계관을 찾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불교학계는 이 경향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더욱이 이들 연구 대부분은 이성에 의한 객관적 진리를 내세워 불교를 서양 철학적 개념으로만 보는 전제가 깔려있어, '수행'과 '깨달음'이라고 하는 내적 경험을 강조하는 불교의 특성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혜월(동국대 교수) 스님은 "연구성과의 폭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 인접 학문의 연구성과도 십분 활용해야 하고, 상호 연계를 통한 연구활동도 필요하다"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학문의 새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외의 연구 성과·동향을 검토해야만 된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불교학계는 다른 학계와 학문적 교류의 통로를 만들어 놓지 못해 활로 없는 상황이 더 악화됐고, 이 결과 끊임없는 새로운 연구방법론 도입에 불교는 뒤쳐지게 됐다는 것이다. 불교계 내의 불교학 전파에만 열중한 나머지 '한국 철학계의 고립된 섬'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불교학 연구 방법론'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태원(울산대) 교수는 "불교학계가 일반 철학계에서 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논리와 객관이 있는 현대적 언어로 불교를 풀어내는 노력이 있어야 된다. 특히 지나친 '신앙중심적 연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진탁(한림대) 교수도 "불교를 지나치게 불교 안에서만 보려는 시각이 다른 학계와의 교류를 막고 있다"며 "한국철학회, 한국동양철학회 등 학계 일반의 추세와 거리를 두고 하는 연구가 필연적으로 시대에 뒤진 학풍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학계와의 학술적 교류는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