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李相周.64) 신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은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인 1978년 김태길 당시 서울대 교수와 함께 오늘날 정문연의 밑그림을 그린 핵심 인물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정문연 창립과 함께 이곳 연구실장 및 기획실장으로 일하다가 3년만에 강원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라서 원장 취임은 그에게는 20년만의 친정 복귀인 셈이다.

2월 12일 취임식을 치른 뒤 2월 15일 기자들을 만난 이 원장은 정문연에 얽힌 이런 인연을 강조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크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임 한상진 원장 시절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 정문연 내부 갈등 등 일련의 곱지않은 여론을 염두에 둔 듯 '주위를 통해 우려의 소리를 듣고 있으나 내부 추스리기는 마무리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문연이 창립 초기에 비해 매우 전문화, 다양화됐다는 이 원장은 '지금까지 역대 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관례였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지만 정문연 교수들이 전폭 지지함으로써 원장이 됐다'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문연을 새로운 국학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일반대학이나 개인학자들이 수행하기 힘든 대규모 기초연구 및 학문적 기반구축을 위한 사업과 함께 특히 한국학 자료 디지털 전산화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다음달쯤 사업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는 향토문화(전자)대전 사업과 한국 족보전산화 작업, 북한을 포함한 우리 문화재 사진자료 인터넷 전시관인 '포토 아카이브'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중에서도 향토문화대전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을 위해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포토 아카이브'는 현재 정문연이 자체 보유한 8만장 가량의 사진에다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2만장 가량의 사진을 합친 국내 최대 규모 문화재 사진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4개년 계획으로 국사편찬위원회, 규장각, 민족문화추진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추진중인 한국 역사정보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은 사업 첫 해인 지난해 138억원을 투입해 이미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밖에 남북학술교류를 위해 북한사회과학원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한편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필두로 강원대 총장, 울산대 총장, 한림대 총장 등으로 승승장구한 배경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이 원장은 '5공과 특별한 인연은 없으며 80년 7월 TV로 중계된 한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했다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바람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언론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내 경우는 언론의 덕을 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2001.2.15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