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만의 한파 속에 겨울방학도 거의 끝나간다. 부모나 자녀 모두 이번 방학에 무얼 했던가 생각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추위에 떠는 번거로움을 피하면서 현장학습도 할 수 있는 박물관 구경은 어떨까.

특히 불교문화재 중에는 팔만대장경이나 석굴암 등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우수한 문화재들이 많다. 가족들과 함께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불교 문화에 대한 안목도 키울 수 있는 특색있는 박물관과 기획전을 찾아보자.

▲목아불교박물관
목조각장 박찬수(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관장이 오랫동안 수집해 온 소장품과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다. 여러 형태의 불상에서부터 스님들의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불교와 관련된 6천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묘법연화경> 등 보물로 지정된 3권의 경전, 현대적 감각을 살린 야외 조각 공원의 불상 등이 눈길을 끈다. 전시관 한 쪽에서는 불상 제작과정을 담은 비디오도 틀어 준다. 특수박물관으로는 관람객 수가 가장 많은 편이다. (031)885-9952∼4

▲경북대 박물관 고인쇄유물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과 같은 활자로 찍은 자비도량참법집해를 비롯 고려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고인쇄 및 전적자료 15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특히 대장경 관련 유물이 많다. 고려시대에 간행된 '합부금광명경'은 본문 옆에 구결이 달려 있어 한글 창제 이전의 우리말을 더듬어 볼 수 있고, 조선 세조 때 간경도감에서 펴낸 '반야바라밀다경소'도 인수대비의 발문이 적혀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붙든다. 경북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월 20일까지 열린다. (053)950-6536

▲청주 고인쇄박물관
충북 청주시 옛 흥덕사 터에 자리잡았다. 흥덕사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고려·1377)을 찍어낸 사찰. 절터 발굴시 나온 고려시대 유물과 고서화, 고서적 등 6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작년 6월 증축하면서 관람과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상실도 갖췄다. 인쇄술의 발달 과정을 인형으로 재현해서 보여 주는데, 관객이 다가서면 밀랍인형들이 움직이며 말하는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043)269-0556

▲용인 옛돌 박물관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연 세중 돌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돌 박물관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5천여 평의 공간에 한국불교와 돌, 생활 속의 돌, 민속신앙의 돌 등 10개 야외 전시관으로 나눠 1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예배와 기원의 대상이 된 석탑·석불과 중생의 마음에 한줄기 빛을 비치고자 밝혀두었던 석등, 고승의 사리를 안장한 부도, 악귀를 제압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상 등 불교유물과 옛 생활도구였던 구유, 연자방아, 맷돌, 다음이돌, 돌화덕 등도 볼 수 있다. (031)321-7001

▲한솔 종이 박물관
전북 전주에 있는 이 박물관은 종이로 만든 각종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우산이나 종이 신, 바느질 그릇, 과자 담는 그릇에서 밀홧빛 장판, 병풍, 조족등, 배개 등 각종 세간 살이에 종이가 이렇게도 쓰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 277호 대방광불 화엄경 주본과 겸재 정선이 그린 부채도 있다. 3월까지 열리는 '아시아의 종이 인형전'도 볼만하다. (063)210-8101∼3

▲미륵사지 유물 전시관
황룡사가 신라 최대의 사찰이라면 미륵사는 백제 최대의 사찰이었다. 백제가 망하고 주요 건물이 소실됐지만 고려, 조선 임진왜란 때까지도 이어졌던 곳이다. 유물실엔 그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복원한 연못과 한국 최초의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 등도 볼 수 있다. (063)836-7804∼6

▲예술의 전당-한국서예 2000년전
삼국시대부터 20세기초까지 시대별 대표적인 한문 서예작품 1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작품은 탑비의 탑본, 고려시대는 사경이 주를 이룬다. 보물 제1040호인 구례 화엄사 화엄석경과 경주 창림사지 출토 법화석경도 첫 선을 보인다. 전시 기간 중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는 특강과 작품설명회도 있다. 2월 11일까지. (02)580-1511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