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서 전자문화지도를 클릭하며, 한국의 불교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고려대장경연구소와 이카이 코리아(ECAI Korea)는 1월 15∼20일 홍콩 국립대학에서 열리는 전자문화지도추진위원회(이하 ECAI) 회의에 참석하고,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ECAI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점검했다.

이카이(ECAI)란 96년 루이스 랭카스터교수(미국 버클리대)에 의해 설립된 전자문화지도 추진위원회로, 세계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예술, 전적, 불교, 생태학, 철학 등을 지역이나 시대 별로 전산화하고 이를 전자 지도라는 구체적인 공간 위에 표현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일본, 중국, 남아시아, 러시아, 실크로드 등 13개 나라와 단위 지역에서 1백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종림·진하 스님과 이종철(정신문화연구원) 교수와 허인섭(동국대 강사) 박사 등 고려대장경연구소 측과, 이혜은(동국대), 성효현(이화연대), 심재룡(서울대) 교수 등 이카아 코리아 측이 참여했다.

고려대장경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팔만대장경의 전산본인 '고려대장경 2000'을 시연·발표했고, 이어 '한국불상-시험버전'을 발표했다. '한국불상'에는 국내 30여 개의 국보급 불상에 대한 정밀 측정 자료는 물론 얼굴, 손, 발, 옷주름, 앉은 자세 등 모양새까지 세분화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이것을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올린 자료들이 제공됐다. 이를 위해 고려대장경연구소는 1년 전부터 문화재·인터넷·데이터베이스 분야 전문가 4명으로 '전자불상' 팀을 꾸리고, 30여 개의 불상을 선정하는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카이 코리아는 설화·판소리·무속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는 김흥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부원장) 교수의 '구비문학', 원효·지눌·서산·만해·경허 등을 비롯해 한국의 위인을 전산화하고 있는 심재룡 교수의 '성인전', 윤이흠 교수의 '종교문화' 등을 발표했다. 이혜은·성효현 교수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확한 경도와 위도를 산출해내는 GIS(지리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이카이 코리아의 문화 인프라를 전자지도에 옮기는 방법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김흥규 교수는 "전자문화지도는 디지털로 가공된 새로운 개념의 문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며 "불교계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불교학·철학·지리학·역사학 등 모든 영역의 불교 관련 성과물을 응집시킬 수 있는 사이버 대작불사"라고 말했다. 즉, 이카이란 한국의 불교문화의 세계화에서부터 그 정체성 확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