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弘은 너필 씨오 傳은 옮길 씨라'(홍< 弘 >은 넓히는 것이고, 전< 傳 >은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첫 머리를 시작하는 한글 초기 문헌인 「묘법연화경언해」(妙法蓮華經諺解. 약칭 「법화경언해」) 7권7책중 첫 책의 역주본이 최근 세종대왕기념사업회(회장 박종국)에서 나왔다.

이 역주본은 동국대 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원본을 토대로 동국대 김영배 교수가 도맡아 현대 한글로 번역하고 설명을 붙였다.

「법화경언해」는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조선 세조 9년(1463) 불교경전을 번역하던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법화경」을 7권7책으로 완역한 것으로 초기 한글 및 한국어 발달사 연구에 대단히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 역주본 발간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지난 90년 착수한 `한글고전역주사업계획'중 하나이며 이 사업에 따라 「역주 석보상절」 2책을 필두로 「역주 월인석보」 5책, 「역주 능엄경언해」 5책 등 지금까지 12책이 나와 있다.

이번에 역주가 시작된 「법화경언해」는 중국 요진(姚秦)의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문으로 번역한 「묘법연화경」(법화경)을 송나라 때 계환(械環)이 요점을 해설하고 명나라 일여(一如)가 주석을 단 집주본(集註本)을 세조가 입겻(토씨)을 달고 간경도감에서 번역을 붙여 언문(한글)으로 완역한 다음 목판으로 찍어낸 것이다.

언해본 간행 연대는 「세조실록」 1463년 9월 9일 기록에 '간경도감에서 새로 간행한 「법화경」을 바쳤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 때였으리라 추정된다.

「법화경」은 「화엄경」과 함께 불교 대승경전의 대표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한국 불교사상 확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세조 때 나온 이 언해본은 같은 목판본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능엄경언해」와 체제, 번역양식 및 표기법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ㅆ'과 `ㅅ'을 섞어 쓰는 점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요컨대 「법화경언해」는 국어 음운 변천과 우리말 및 불교 연구는 물론 글자체 개발 등의 분야에서 귀중한 문헌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역주본 발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2000.12.26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