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의 더 많은 관심 그리고 '과학 기술'이 힘을 합칠 때에만 보다 많은 유물들이 햇볕 아래 숨쉬게 될 것이다."

공주대학 문화재보존과학연구소 주최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충남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과학재단에서 열린 '새 천년 문화유적 보존 국제포럼'은 선대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적,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환경오염과 문화유적 보존 △문화유적의 풍화원인과 대책 △첨단 문화유적 진단 및 보존기술 △문화재 보존 사례 등 4개 분야에 걸쳐 26편의 논문이 발표된 이 포럼에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러시아, 일본, 중국 등 7개국의 문화재보존 전문가 13명과 문화재 보존 관련 국제기구인 ICCROM(국제문화재보존복구센터)과 ICOMOS(국제기념물유적위원회)의 대표위원 1명씩이 참여했다.

한국 대표로는 김수진(서울대)·민경희(숙명여대)·최석원(공주대) 교수 등이 참가해 1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에서 국내·외 학자들의 관심을 끈 논문은 '한국의 문화재 보존 과학의 현황과 전망'(김은영·한국문화재보존과학), '석조문화재의 훼손 양상과 보존'(김수진·서울대), '사찰 벽화 보존'(한경순·경주대) 등 3편.

국내 문화재 보존 정책을 분석한 김은영 박사는 "정부는 문화재 보존과학 개발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데, 올해 이 분야에 3조 5천억 원이 투자됐지만, 2002년에는 5% 가량 증액된 6조여 원이 투자될 것"이라며 국내 보존과학 전망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사찰 벽화에 대한 과학적인 보존을 강조한 한경순 교수는 "전국의 사찰 벽화들이 건물 자체의 균열이나 습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사찰 벽화의 보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기적인 조사와 유지 보수인 만큼, 행정 당국은 충분한 예산을 편성하고 사찰에서는 벽화 보존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불국사 다보탑의 훼손 실태를 조사·보고해 교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던 김수진 교수는 "최근에 자주 내리는 산성비는 암석과 석조문화재를 쉽게 부스러지게 하는 등 석조문화재 훼손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인식하여 석조문화재의 훼손현황 분석과 보존처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천년 문화유적 보존 국제포럼 참가자들은 주제 발표에 이어 공주의 무령왕릉과 익산 미륵사지, 경주지역 문화재 등 주요 문화유적 보존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