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장경은 불교학 연구방법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에 대해 불교학자로서 10여 년 간 경전 전산화에 몸 담아온 외국인 학자가 "디지털 대장경은 불교학 연구와 교육 등에 무제한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해 주목된다.

고려대장경연구소가 12월 7일부터 9일까지 동국대 예술극장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불교학 방법론의 변화 전망'을 발표한 크리스찬 비튼(중화대장경연구소·대만) 박사에 따르면, 디지털 대장경은 '발견', '주석 달기', '비교', '평가', '표본 추출', '예시', '번역' 등 연구 절차의 진행 속도와 정확도를 한 차원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자들이 판본을 비교하며 그 속의 인용문을 찾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다른 경전을 다시 읽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문서 작성의 국제적인 약속인 마크-업(Mark-Up) 기능으로 다져진 디지털 대장경은 기존의 텍스트(경전 내용)를 체계화해, 연구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비튼 박사는 "여러 학자들이 한 주제를 동시에 연구·비교할 수 있는 '다중 연구 체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자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토론하고 서로의 연구 성과를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튼 박사는 "이러한 과정에서 경전에 대한 다양한 주석서와 번역서들의 출판이 늘어나고, 그 결과 원전에 밝지 않은 서구의 철학자들도 불교 철학의 논의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대학에서 보다 많은 불교 철학의 연구와 강좌가 열리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생긴다는 것이다.

세계 첫 한문대장경 '고려대장경 2000' 발간을 기념해 열린 고려대장경연구소의 국제학술회의에는 미국, 일본, 대만, 태국 13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고려대장경 2000 완성에 따른, 디지털 대장경의 의미와 활용을 모색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