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에는 평등 사상이 있다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지만, 정작 <사분률>이나 <법화경> 등의 경전에는 여성을 폄하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김호성(동국대) 교수는 "부처님의 깨달음 자체에 여성관과 같은 현대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며 "평등적 여성관은 경전에 대한 현대적 이해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된다.

김 교수는 <수관 이범세 거사 고희 논총>에 기고한 '불교의 여성관 정립을 위한 해석학적 모색'이라는 논문에서, 부처님 여성관을 밝히는 것보다는 경전에 나타난 여성 차별을 어떻게 극복하는 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교계 여성주의 학자들의 논지를 환기시킨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부처님의 깨달음으로서의 불교는 과거완료형이지만, 그 깨달음이 시대와 사회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응답·대화·존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완료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부처님의 깨달음과 시대와 사회의 깨달음이 만나서 대화함으로써 불교 여성관을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차별적 여성관은 인도 사회의 깨달음이라면 여성의 평등은 오늘날의 깨달음"이라며 "경전에 나타난 여러 가지 차별적 여성관은 부처님의 본의가 아니며, 다만 우리는 이를 어떻게 비평·극복해 가야할지 고뇌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우선 경전의 내용에서 여성 평등을 다루고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대적인 불교의 여성관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일차 사료는 경전인데, 동일한 경전 속에서도 서로 상반된 내용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에서 <유마경>과 <승망경>에 나타난 여성관을 분석한 김 교수는 "경전은 열린 텍스트인 만큼 '이해'나 '용납'이라는 관점에서 읽기보다는, 해석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경전의 여성 차별을 비판·극복해 가는 미래지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