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 종교문화의 전근대성 혹은 종교권력 등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무성하다. 종교인 집단의 사회적 실천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한국 종교문화의 현 모습을 진단하고 새로운 종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4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종교사회복지연구소(소장 이혜숙) 주최로 열린 ‘한국 종교문화 비판과 대안’이 바로 그 자리였다.

‘종교인 다움에 대한 반성’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종교적 본성’을 잊어버리고 권력화 되어가는 종교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먼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장석만 연구위원은 ‘한국 근대종교의 성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거의 모든 한국의 종교에서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남녀불평등이 존재한다”며 “상명하복의 규율과 군사 독재적 권위를 휘두르며 신자들을 길들이려 하는 가부장적 종교문화를 벗어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불교, 그 전통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발표를 통해 진철승(불교문화연구소)씨는 “한국불교의 가장 주요한 전통을 거의 홀로 짊어지고 있는 조계종은 소홀함을 넘어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선종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씨는 이어 “사판의 절대적 권세와 분규가 횡행하는 종단이 선종인가?” 묻고 “부처님 당시의 무소유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탁발정신을 회복하고 비구 승려들이 종단의 모든 운영권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개신교’란 주제발표를 한 서울대 종교학과 이진구 교수는 “교회 위기의 진원지는 바로 기복신앙을 이용한 정통주의, 근본주의, 승리주의, 패권주의, 가부장주의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며 “교회가 자발적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권력의 그물을 해체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종교성 회복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종교계의 사회복지참여를 들었다. 정무성 교수(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는 ‘종교성 회복을 위한 사회복지 실천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본질적으로 ‘기복신앙’이라는 우리 나라 종교문화의 형태가 사회복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밝히고 “공적인 사회복지체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종교계의 사회복지 참여는 종교성 회복을 위한 적절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혜숙 종교사회복지연구소장은 “종교계 스스로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자리였다”며 “종교적 심성 안에 바로 종교사회복지의 가능성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