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태고보우 국사 탄신 700주년을 맞는 해다. 조계종, 태고종 등 10여 개 종단에서 종조 및 중흥조로 받들고 있으면서도 태고보우 국사의 사상에 대한 학술적ㆍ역사적 조명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조계종에서 함께 중흥조로 모시는 보조지눌 국사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활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고보우 국사 탄신 700주년을 맞는 올해,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각종 행사가 풍성하다. 태고보우 국사가 태어난 음력 9월 21을 전후해 탄신 다례제를 비롯 각종 학술대회, 학술기행, 지역 문화잔치 등이 열린다.

학술대회는 모두 네 차례가 계획되어 있다. 올 1월 출범한 한국불교 태고학회(회장 무공스님)는 11월 3일 불교방송 공개홀에서 국제 학술대회를 연다. ‘태고보우 국사의 원융불교가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학자도 참석해 그의 원융사상과 수행 교화법을 살펴본다.

태고보우 국사의 비와 석종형 부도가 남아있는 양평 사나사는 ‘태고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10월 중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태고보우 국사가 중건했다고 전하는 북한산 중흥사는 ‘중흥사의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태고보우 국사 관련 서적을 꾸준히 발행하고 있는 불교춘추사는 국사가 석옥천공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은 중국 호주시 현지에서 ‘원대 불교와 한중 차문화의 교류사’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조계종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다례제도 열린다. 사나사는 국사가 태어난 11월 6일 조계종 총무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다례제를 봉행할 예정이다. 양평군의 지원을 받아 고려시대 왕사, 국사의 운행 행렬을 복원하는 등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잔치 법회로 만들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해 태고보우 국사 유적 답사를 다녀오는 등 조계종 사찰로는 유일하게 태고보우 국사 선양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주지 화암스님은 “사나사만 해도 보우 국사의 부도와 비석 등이 남아 있는 데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한국 불교사의 큰 스승인 만큼 스님의 발자취와 사상을 통해 오늘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태고학회는 태고보우 국사의 자취를 직접 둘러보는 국내ㆍ외 학술기행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28~30일 태고사, 회암사, 사나사, 소설암지, 봉암사, 법주사, 보림사 등 국내 유적 답사를 가진 데 이어 9월에는 중국 하무산 천호암 등 국사의 중국 유학 당시 현장을 답사하는 2차 학술 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1차 국내 학술 기행에서는 태고보우 국사 관련 유적에 관한 오류를 바로 잡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태고학회 회장 무공스님은 “문경 봉암사 조사당에 봉안돼 있는 국사의 영정이 ‘太古堂 普愚 虛應 大和尙 影幀(태고당 보우 허응 대화상 영정)’으로 기록돼 있고, 석종형 부도 안내판에도 ‘太古普雨(태고보우, 1301~1382)의 부도’라고 잘 못 적혀 있다”며 “봉암사와 문경군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허응(虛應)’과 ‘보우(普雨)’는 조선 중기 때 활약하던 ‘허응당 보우(虛應堂 普雨)’를 일컫는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