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쪽이 집필하고 후쇼샤(扶桑社)가 펴낸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신 일본 교과서>가, 한ㆍ일 불교문화사 기술 부분도 상당 부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월 4일부터 시판에 들어간 이 교과서는, 일본의 고대 불교문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당시 한반도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대별 대표적 문화재를 다룬 화보 중 법륭사의 백제관음상 설명에서 “백제관음상은 아스카 문화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녹나무는 중국, 조선에서 자생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영우 교수(국민대학교 산림자원학과)는 “녹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상록수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 나라 제주도와 남해안에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어느 수목도감을 봐도 나올 정도로 상식에 가까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명대 교수(동국대 미술학과)는 “백제관음상은 ‘백제관음’이라는 옛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백제불상 양식을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백제관음상뿐만 아니라 이 절에 있는 몽전구세관음상 역시 백제인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탑인 법륭사 오층탑(일본식 표기는 오중탑)은 조형적 특성으로 볼 때 백제 목탑의 영향이 짙게 베어 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교과서에서는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되었다”고 기술하며 오층탑이 일본 고유 양식으로 조성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일본은 6세기 아스카 시대에 백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고, 이 때 백제의 건축기술도 전해져서 법륭사 5층탑에서는 한국엔 남아있지 않은 백제 목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내용을 축소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부분도 보인다. 아스카 문화에 대한 설명에서 교과서는, 성덕태자가 건립한 법륭사에는 백제인이 만들었다고 알려진 불상 등 각종 문화재가 남아있으나 이를 생략한 채 오히려 “조화롭고 아름다운 5층탑이나 금당은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독특한 배치”임을 내세우고 있다.

나라시대 불교문화를 설명하면서도 “불교는 나라의 보호를 받아 발전하였다. 인도나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불교의 이론을 연구하고…”라고 기술해 한반도에서의 불교전래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명대 교수는 “일본에서도 진보적인 학자들은 백제 등 한반도에서 불교문화가 전래된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상당수 학자들은 아직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 내에 설치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은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가운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후쇼사의 교과서 25개 항목, 기존 7종 교과서 10개 항목 등 모두 35개 항목의 한국관련 기술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수정을 요구했으나, 여기에 불교관련 항목은 들어있지 않다. 이는 외교적 문제가 걸린 사안의 미묘함과 국제 사회의 정치적 역학관계 등을 고려한 항목에 국한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와 문제제기가 따르겠지만 불교계에서도 종단과 학계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검토와 문제제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권형진 기자

<후쇼사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대표적 왜곡 사례>
항목
교과서 내용
바로 잡아야 할 내용
백제관음상
아스카 문화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녹나무는 중국, 조선에서 자생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녹나무는 제주도, 중국 등지에서도 자생하는 상록수. 백제관음상은 그 양식으로 볼 때 백제인이 만든 것으로 봄.
법륭사 오층목탑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되었다.
일본은 아스카 시대에 백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건축양식이나 기법을 받아들여 목탑을 조성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통설.
아스카 문화
법륭사는… 5층탑이나 금당은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독특한 배치…
나라 시대
불교는 나라의 보호를 받아 발전하였다. 인도나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불교의 이론을 연구하고…
한반도에서의 불교 전래에 대해 의도적으로 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