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스님(617∼686)의 화쟁(和諍)이나 일심(一心)사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논문 '원효의 대중교화와 사상체계'가 한국사상사학회에서 제정한 '올해의 논문상'의 영예를 안았다.
남동신 교수(덕성여대)는 논문을 통해 "원효스님은 7세기 신·구역(新·舊譯) 불교간의 교리 논쟁을 회통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상체계를 수립했고, 그것을 토대로 거사불교를 지향하는 불교 대중화를 실현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원효스님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민족적 자부심'만을 고취하는 인물 연구인 점과 비교해 원효스님의 사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남 교수는 먼저 인도에서 수학하고 중국에 돌아온 현장스님(602∼664)의 행보에 주목했다. 인도불교를 배우고 귀국한 현장스님은 1세기부터 6세기까지 중국에서 번역된 한문 경전의 오류를 지적하고 새로운 번역(新譯)을 시도했는데, 이때부터 동아시아 불교계에서는 신·구역(新舊譯) 불교간의 교리 논쟁이 불붙기 시작됐다. 구역은 구마라집의 번역을 통칭한 것으로, 당시 현장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의 본 뜻을 훼손시킨 의역이 많다는 이유로 구역 경전 자체를 부정했다.

남 교수는 "신역과 구역 불교간의 갈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사상을 찾는 과정에서 원효스님의 화쟁이나 일심사상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 교수는 "스님은 이 사상을 현실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승속불이(僧俗不二)의 거사불교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일심 사상에는 인간중심의 세계관, 평등한 인간관, 이타적 인간관계가 내포되어 있기에, 전래의 무교가 지닌 신(神) 중심의 세계관, 차별적인 인간관을 극복한 새로운 사유체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남 교수는 "원효의 화쟁이나 일심사상은 <기신론>에 의해 철학적 토대가 구축되었고, <금강삼매경>에 의해 실천성을 부여받았으며, 최종적으로 <화엄경>에 의해 완성됐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결론에서 "일심(一心)으로 돌아가, 중생들과 함께 나누는데 일생을 바친 원효의 삶은 많은 '해석의 공간'을 우리에게 제공한다"며 "그 공간을 조금이라도 좁히고자 하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사상사학회의 논문 심사에 참가한 최병헌 교수(서울대)는 "원효를 연구한 논문과 저술은 700여 편 가량이지만, 겨우 원효 사상의 윤곽을 그릴 수 있을 정도"라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원효스님의 사상을 배경을 추적한 남 교수의 논문은 원효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84년 창립된 한국사상사학회는 매년 주요 논문을 선정, 수상해 왔다. 남동신 교수의 수상식은 5월 12일 오후 4시 이화여대 인문관 108호실에서 열린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