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북제주군이 도로를 확장하면서 고려시대 사찰 유적지를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5월 17일 북제주군에 따르면, 현재 조천읍 조천리 일주도로와 조천포구 사이 폭 6m, 길이 730m의 임항도로를 폭 12m로 확장 및 포장하면서 공사구간에 있던 옛 관음사터의 일부를 훼손했다.

관음사는 고려시대 중기에 창건돼 조선시대 중기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조선시대 발간된 '신승동국여지승람'과 '탐라지' 등에는 옛 관음사가 현 도로확장 구간인 조천포구 옆에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지난 98년 군이 자체 발간한 '북제주군의 문화유적-선사.역사'편에도 소개돼 있으나 군은 이러한 사실을 몰라 발굴조사도 없이 유적지를 훼손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기와와 도자기 조각, 기단석 등이 발견돼 왔는데 주민 김모(58)씨는 "도로 지반을 다지기 위한 굴착기 작업을 할 때 기와와 도자기 조각 등이 많이 나왔으나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도로 확장으로 훼손된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군 관계 공무원들도 이곳이 사철터임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도 주민들의 주택 신축 등으로 유적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공사를 추진하면서 주변의 연북정 등 지정문화재에 대한 심의를 받았으나 관음사터는 지정 문화재가 아니어서 존재 여부를 몰라 그대로 공사를 벌였다"고 말했다.